지난 7일 북한이 발표한 '조명록(정치국 상무위원)장의위원회' 명단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다음 자리를 차지했던 후계자 김정은이 8일 발표된 조명록 조문단 명단에서는 4번째로 소개됐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일 장군님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조명록 제1부위원장의 서거에 즈음해 고인의 령구를 찾아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며 조문단 명단을 발표했다. 통신은 조의방문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영호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고 소개했다. 먼저 언급된 김 위원장까지 포함한다면 조문단 35명 가운데 4번째로 김정은이 호명된 것이다. 김정은 뒤로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국태 당중앙위 검열위원장, 김기남·최태복·홍석형 비서, 김경희 부장, 강석주 내각부총리 등이 참석했다고 소개했다. 김정은 앞에 불린 김영남과 리영호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직책상 김정은 보다 상급자다. 또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영림 북한 내각 총리는 현재 중국 동북지역을 방문 중이라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장의위원회 서열 2위로 호명됐지만 실제로는 서열 4~5위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 사망한 조명록 정치국 상무위원이 권부 5위안에 드는 핵심 인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조명록의 자리를 이어받아 5위권으로 진입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에서 장의위원회 명단은 실질적인 권력서열과 대부분 일치했다는 점을 들어 전문가들은 권력서열과 의전서열이 별개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의위원회 명단만 보고 김정은이 권력서열 2위라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장의위원회 명단은 실질적인 권력 순위와 일치했다"며 "조문단 명단의 경우 정치국 상무위원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먼저 김영남과 리영호를 언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김정은이 정치국 상무위원들 다음으로 호명된 점을 들어 "김정은이 정치국 상무위원에 준하는 예우를 받고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 대북소식통은 "이미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김정은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 서열 2위에 준하는 직책을 거머쥐었을 수도 있다"며 "최근 북한의 후계구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볼 때 조만간 김정은이 당 지도부의 핵심일원으로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 정치국 정치위원, 특히 상무위원에 임명된다는 것은 지도부의 핵심이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김정은은 당 대표자회에서 인민군 대장이 된데 이어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군부 2인자로 부상했지만 정치국에서는 어떤 자리도 맡지 못했다. 당 중앙위는 당과 국가기구, 군대, 근로단체와 이들 조직에 소속된 엘리트들을 통제하고 있으며 국방·경제·문화·대남정책 등 북한의 대내외 정책을 결정하고 홍보하는 부서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우리의 '청와대'같은 핵심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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