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9일 최근 발생한 광화문 현판 균열과 관련, "문패 격인 현판을 한글로 하느냐 한자로 하느냐는 자존심과 정체성이 걸린 문제"라며 한글 복원을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서울 세종로의 시작 지점에 위치한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 차원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상징 조형물"이라고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복원된 현판이 한자로 제작된 것과 관련, "광화문의 복원 전 현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쓴 한글 휘호였다는 이유로 굳이 새 현판에 한자를 썼다면 역사의식이 모자란 것"이라며 "그 시대에 한글 현판이라니 얼마나 신선한 파격인가. 그것만으로도 나는 직전 현판의 역사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휘호 현판을 내리더라도 한자보다는 한글 현판을 달았어야 했다"며 "지금의 현판은 몇 백 년 세월이 깃든 유물도, 당대의 명필이나 역사적 인물이 쓴 것도 아닌 1867년 광화문 중건 당시 공사 감독관이자 훈련대장이었던 임태영이 쓴 한자 글씨를 디지털 복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시대의 명필이나 의미 있는 인물이 쓴 한글 현판이 백 번 나을 것 같다"며 "훈민정음 집자가 불가능하다면 그 서체를 빌려 쓰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 동상과 한글 이야기관이 자리해 있다"며 서울의 관문에 한자 '光化門'(광화문)이 아닌 한글 '광화문' 현판이 걸려 있다면 세종께서도 좋아하시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광화문 안쪽의 용성문(用成門)과 협생문(協生門)에 대해서도 "협생문의 현판은 중건 당시의 현판을 복원했지만 용성문은 서예가 김양동씨에게 의뢰해 임의로 쓴 한문 글씨여서 어색하고 조화롭지 않다"며 "이것이야말로 당연히 한글로 썼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