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국토해양부와 해양경찰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소관 공공기관들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민주당 소속 국토해양위원 전원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수자원공사의 사업비를 국회 예산안 심사 안건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국토해양위원회의 전체 예산심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은 국민의 혈세를 먹는 블랙홀이며 생명파괴 사업이고 온갖 불법·위법·편법으로 점철돼 있음이 밝혀졌다"며 "내년도 수자원공사 사업비 3조8천억원이 국토위에 상정되지 않는다면 4대강사업비 뿐만 아니라 국토위 전체의 내년도 예산심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개회된 국토위 전체회의에서는 민주당의 예산안 심의 거부를 성토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다.
국토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최구식 의원은 "회의가 시작됐지만 앞자리가 텅 비어있다"며 "국회의원은 국회 회의장에서 말하는 것이 정상인데 기자회견장에서만 정치적인 주장을 하고 회의장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장광근 의원은 "매년 보이는 민주당의 국민 기만행위, 국회 방해 행위는 정말 철없는 행위"라며 "기껏 한다는 것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선전전이나 벌이는 모습이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장윤석 의원도 "국토해양부 산하에 31개의 공공기관들이 있는데 각각의 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시행하는 사업은 정부의 예산안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헌법과 법률에 없는 이야기를 하지 말고 회의장으로 빨리 돌아와 헌법이 위임한 예산 심사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끝난 뒤 "민주당이 국회의원의 책무인 예산 심사에 동참할 수 있도록 여야 간사간 협의를 할 시간을 드리겠다"며 개회 40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오후에도 전체회의에 복귀하지 않자 이번에는 국토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민주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자원공사 사업비에 대해 국회 예산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법적으로나 관행으로나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공기업인 수자원공사나 민간의 예산은 국가의 예산이 아니므로 국회에 예산 심의권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관계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추진되는 사업을 민주당이 근거 없이 법 위반을 들먹이고 있다"며 "국가 예산과 공기업 예산의 차이도 모르는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을 논하기 전에 헌법 규정부터 한 번 정독해보기를 권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토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최규성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내년도 4대강 예산 3조8000억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수공의 사업비가 상정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깎을 대상 자체가 없어진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기 전까지는 회의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이 전날부터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는 '투 트랙'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등 나머지 상임위의 예산안 심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