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이 믿고 있는 신(神)은 질문받기를 거부한다. 다만 믿는 자에게는 복(福)이 있을 것이요. 믿지 않는 자에게는 화(禍)가 있을지니….  그러나 인간은 원래 의심이 많은 생명체이기에 질문을 통해 자아(自我)가 형성될 뿐만 아니라 문명이 가능했다는 측면에서, 질문 받기를 싫어하는 신이 끊임없이 질문하는 속성을 지닌 인간을 창조했다는 것은 모순이다.  전제군주시대 '짐이 곧 국가'라 칭하는 제왕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21세기 민주 국가에서 '대통령이 곧 대한민국이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시간여행자가 아닐까?  양치기 목동이 양들 앞에서 바지춤을 내린다고 해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듯이, 제왕은 만인(萬人)을 사육하는 목동과 같은 위치이기에, 일찍이 '제왕은 무치(無恥)'라 하였던 모양이다.  중원을 통일하여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권력자가 된 '진시황(秦始皇)'은 자신이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무한한 생명을 가진 신이 되고자 불로불사약(不老不死藥)을 구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오늘 날에도 최고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 중에는 권력의 영속성을 탐할 뿐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전혀 수치심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내가 곧 국가이며 내 생각이 법(法)인즉, 나를 지키는 것이 애국이며 나를 따르는 것이 법치(法治)가 아닌가? 즉, 무치(無恥)의 지위에 있는 나의 치부를 들어내려 하는 행위 자체가 불경(不敬)이며 반국가이다.   그리고 내 뜻을 거역하는 단체가 있다면 해체시키는 것이 당연하고, 군(軍)은 국군 통수권자인 나의 명령을 실행하는 것만이 그 임무이다.  내란(內亂)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 안에서 정권을 차지할 목적으로 벌어지는 큰 싸움'이라 되어 있는데, 이미 정권을 가진 사람이 또 무슨 내란을 일으킨다는 것은 대단히 형용모순적 상황으로 보이지만, 한시적 권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권력의 영속성을 보장받기 위해 체제 전복을 꾀할 우려가 아예 없었다면, 우리 헌법에 굳이 대통령에 대한 형사 소추 예외 조항을 마련해 두었을 리 만무하지 않았을까?  타인은 처벌할 수 있지만 나는 처벌 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만일 최고의 권력을 가지게 된다면, 그의 권위를 보장해 주던 그 법만큼 그에게 더 거추장스러운 것이 있을까?   질문 받기 싫어하는 신이 질문하기 좋아하는 인간을 만든 것은 모순이지만, 인간이 스스로 신이 되고자하는 것만은 용납하지 않듯이, 질문 받기 싫어하는 권력은 자신에게 권력을 준 사람들의 질문을 용납하지 못하여 그 권력을 잃게 된다.  수 년 전, 소위 공수처(公搜處) 신설이 한창 논의될 당시, 나는 공수처(公搜處)가 공수처(恐搜處)가 될는지, 혹은 공수처(空搜處)가 되지는 않을는지를 염려한 칼럼을 쓴 기억이 있는데, 그 염려가 현실이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헌법이 있는 법치국가에서 법원이 발급한 현행범 피의자 체포 영장 하나 집행하지 못하는 국가를 누가 법치국가라 할 것인가?  그리고 헌법을 수호하기로 서약하고 국민으로부터 직을 위임받은 자가 스스로 헌법을 파괴하는 내란행위 피의자가 된 마당에, 다시 헌법을 무시한 채 사법 집행마저 거부한다면 국민이 그를 용납할 수 있을까?   굳이 국가와 같은 거대 공동체가 아닌 사사로운 친목회조차도 회원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정관이 있기 마련인데, 헌법조차 사문화(死文化)시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신(神)이 된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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