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겠습니다. 새해를 마치 처음 태양이 뜨는 것처럼 맞이하지 않겠습니다. 새해에 갑자기 착한 사람이 된다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는 망상도 접겠습니다. 새해에는 돈을 많이 번다든가 건강이 넘치길 바라는 터무니없는 꿈도 꾸지 않겠습니다. 다만 새해에는 잘 보고 잘 듣고 말하겠습니다’
가수이자 배우인 김창완 씨가 어느 해 수상 소감에서 밝힌 다소 유니크한 역발상적 새해 인사였다. 그러나 공감이 컸던 매우 인상적인 새해 다짐이었다.
  올해 우리는 그 어느 해 보다 나날이 갱신되고 또 갱신되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2025년 새해를 맞이했다.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촌극이 연일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새해는 밝았고 여느 해처럼 새해 다짐을 단단히 세우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런데 흔히 새해를 맞으며 ‘해야 할 것’과 ‘이루고 싶은 일’에 치중해 새해 설계를 하지만 정작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아예 계획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올해엔 ‘덧셈’이 아니라 ‘뺄셈’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뒷담화하지 않기’, ‘다른 사람 원망하지 말 것’, ‘시기하지 않기’, ‘쓸데없는 불평하지 말 것’ 등 도움이 되지 않거나 짐이 되는 행위를 새해부터는 하지 않겠다고 작정해보는 것 말이다. 기자는 여기에 ‘쓸데없이 급하고 바쁘지 않기’를 추가해본다.
  행복 연구 전문가인 미 하버드 대학교 아서 브룩스 교수는 이 같은 정반대 접근 방식을 주장한다. 덧셈이 아니라 뺄셈에 집중해야 행복해진다고 설득한다. 현명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이 멍청한 짓거리를 피하는 일인 것처럼, 즐거움을 좇는 것보다 괴로움·불쾌감을 주는 요소를 제거하는 편이 더 이롭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려면 ‘해야 할 일 목록’과는 별도로 ‘하지 말아야 할 일 목록’도 만들어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난 주말에는 부산에 사는 절친한 친구가 오른쪽 팔꿈치를 크게 다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우연하게 알게 돼, 친구들과 함께 부랴부랴 병문안을 갔다. 누구는 뼈에 좋다는 사골국을 급히 끓였다고 하고, 누구는 다친 친구의 입맛에 맞는 반찬을 가져오고...,
 
병원서 만난 다친 친구는 늘 허둥지둥 바쁘게 살고 있는데, ‘바퀴가 달린 의자 위에 올라가 급하게 일을 처리하려다 그만 의자가 미끌어지는 바람에 바닥으로 나뒹굴었고 심하게 다쳤다’는 ‘사고 경위’를 우리에게 전했다.
  그러면서 시종 ‘내가 왜그랬을까. 위험하다는 걸 직감하고도 왜 그 의자에 올라갔을까’라고 자신을 연신 타박했다. 급하고 바쁜 마음에 무리해 벌어진 사고였고 브룩스 교수가 말한 ‘멍청한 짓거리를 피하는 일’을 간과한 것이다.
  무탈하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사건사고 소식은 너무나 많다. 쓸데없는 불평을 하고, 쓸데없이 급하고 바쁘고, 의무감이나 남들의 기대감 탓에 어쩔 수 없이 일하고, 모든 것을 단번에 정복하려 하고, 항상 나만 옳다고 우기고, 과거 문제에 집착하고...,이런 일들에 한 평생 사로잡혀 지낸다고 생각하면 인생은 ‘끔찍한 소모전’일 수밖에 없다. 또 그 속에서 하루를 무탈하게 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오랜 습관들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다 가치있고 보다 행복하고 더 중요한 일과 상황에 자신을 맡기면 된다.
  다시 말해 지난해서부터 이어져 온 비효율적 습관과 빈틈의 ‘나’를 메꿔 지향해야 할 것, 지양해야 할 것, 더하기가 아니라 빼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시기다.
  기자는 올해 특히 ‘쓸데없이 급하고 바쁘지 않기’에 골몰할 예정이다. 기자라는 직업이 그럴 ‘여유’를 줄진 모르겠으나 어쨌건 그것이 지금의 삶을 다이어트 시켜줄 시급하고 고급진 덕목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