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은 그 여자의 마스카라를 닮았다. 안쪽으로 깊은 눈망울을 감추고 있다. 마스카라는 속눈썹이 짙고 길게 보이려고 칠하는 화장품이다. 겨울 달은 돌아서는 여자의 눈을 닮아 차갑고 둥근 마스카라를 달고 있다. 또다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TV 조선 미스터 트롯 3의 2회가 작년, 12월 26일 방송되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무려 16%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 채널 시청률 1위, 목요일 방송된 전 채널 전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이 시대의 문화가 되었다.이날 방송에서는 슬픈 그 여자의 마스카라가 반짝였다. 이번이 생애 첫 무대라고는 믿기 힘든 목소리와 가창력을 가진 현역부 옥샘이 부른 노래였다. 알고 십 년 속아 십 년 인생은 그런 거라고 속절없이 웃고 마는 강 건너 외로운 여자 세상에 과거 없는 사람 있냐며 마지막 술잔 속에 눈물을 감추고…. 그 여자의 마스카라 그 여자의 젖은 입술 나를 나를 울리려 하네사랑 몇 번 이별 몇 번 인생은 그런 거라고 흔들리듯 춤을 추는 강 건너 쓸쓸한 여자 세상에 과거 없는 사람 있냐며 마지막 젖은 담배 한숨을 지우고…. 그 여자의 마스카라 그 여자의 젖은 입술 나를 나를 울리려 하네(작사 김순곤 작곡 김정훈 원곡 가수 임현정)눈물을 감추고 뒷부분에 줄임표를 넣어보았다. 그녀가 말없이 돌아서고 있었다. 시신경이 죽어간다는 옥샘은 왜 그 여자의 마스카라를 선택헸을까? 그의 눈과 그의 삶에 마스카라는 어떤 의미였을까?오랜 시간 꿈꿨던 트롯 가수의 꿈을 꾸었던 옥샘은 순하디순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시신경이 죽어간다는 희귀병은 그를 동료 출연자의 도움을 받으며 무대에 오르게 했다. 조명이 밝을수록 더욱 어두워지는 그의 눈을 배려하려는 사회자의 말씀에 그는 ‘저를 보려고 오셨는데 당연히 조명을 틀어야 한다.’고 했다. 간주 중 ‘훠이’하며 자신의 삶에 추임새를 넣었다. 아픔이라는 새를 쫓아내는 외침으로 들렸다. 그 뒤에 이어지는 춤은 단순했지만 아프고 고급스러웠다.어? 노래 첫 소절을 듣고 심사 위원 주영훈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와아’이경규도 그를 격려하고 인정하는 사인을 보냈다. 2절의 ‘한숨을 지우고’ 무렵에 올 하트가 터졌다. 그의 한숨이 지워지고 있었다. 기립 박수와 함께 금빛으로 물드는 데뷔 무대였다. 왼손을 들어 주먹을 불끈 쥐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마스카라가 젖은 그 여자도 보았을 것이다. 미스터 트롯의 선배 영탁은 좋은 목소리를 가진 옥샘을 격려했다. 옥샘도 내가 근무하는 경북교육과 우리나라도 아픔이 있다. 새해에는 착하고 예의바른 옥샘과 경북교육, 그리고 우리나라에 한숨을 지우는 올 하트의 기쁨이 가득 찾아오면 좋겠다. 이 노래는 ‘알(知)고’로 시작된다. 나훈아의 모르고와 남진의 모르리가 있지만 ‘알고’로 시작하는 노래는 ‘이 여자의 마스카라’가 처음일 것이다. 문득 스쳐 지나갔던 아함경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알고 나면 놓게 되고 놓으면 자유스러워진다는 말씀이었다.‘알고 십 년’에 이어지는 ‘속아 십 년’로 보아 이 노래의 작사가 김순곤은 스무 살이 넘었을 것이다. 그는 옥샘보다 눈이 밝아 강 건너 외로운 여자의 마스카라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알고 십 년’과‘속아 십 년’이 하나가 된 십 년을 살고 계실까? 1월 9일(목요일)은 음력으로 섣달 열흘이다. 섣달 열흘의 달이 뜰 것이다. 미스터 트롯 3의 3회가 방송되는 그 날 저녁 그는 나룻배를 타고 그녀를 찾아 달이 밝은 강을 건너고 계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