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은퇴 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은퇴를 위한 준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30일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와 함께 '2010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통계청의 2009 가계동향조사와 2008 한국노동패널조사 등을 활용해 '가구주 연령이 20~59세인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은퇴 시까지 한국 근로자들이 실제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은퇴자금 충분도'는 65%로 나타났다.
예컨대 투자자보호재단이 2007년 서울과 7대 광역시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목표 은퇴자금액은 8억4212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은퇴시점까지 모을 수 있는 자산은 5억4482만원(현재 가치 3억3600만원)으로 3억2522만원이 부족했다.
특히 한국 근로자들은 3년 전과 비교해 은퇴준비 사정이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에 필요할 것으로 희망하는 생활비가 은퇴 직전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목표소득대체율은 62%로 2008년 지수와 동일했다. 은퇴 후 실제로 예상되는 소득이 은퇴 직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은퇴소득대체율은 42%로 2008년에 비해 1% 개선되는데 그쳤다.
사실상 두 값이 같으면 은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올해 두 지수의 격차는 2008년과 마찬가지로 20%에 달해 은퇴준비에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시점의 가치로 환산해 실제 수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가계의 은퇴 직전 연간 소득은 7367만4000원, 예상 연간 은퇴생활비는 4598만6000원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연간 총 은퇴소득은 3054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이 경우 연간 희망 은퇴생활비와 실제 받을 수 있는 은퇴소득과의 차이는 1543만9000원이었다.
한편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가계의 은퇴소득구조는 개인연금과 저축 등이 55.7%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가가 41.1%, 기업이 3.2%를 보장했다. 3년 전에 비해 공적연금이 4.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2008년부터 완전노령연금 수급 조건 해당자가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개인 보장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로 개인의 투자 여력이 감소하면서 3%포인트 줄었다.
연령별로는 20~29세 계층이 높은 목표소득대체율(65%)과 낮은 은퇴소득대체율(33%)로 은퇴준비격차가 32%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은퇴자금충분도 역시 49%로 가장 낮아 은퇴 준비가 가장 열악했다.
30~39세 계층은 높은 은퇴소득대체율(50%)로 은퇴준비격차가 10%포인트 밖에 안됐으며, 은퇴자금충분도도 30%로 월등히 높아 은퇴준비가 가장 양호했다. 50~59세 계층도 은퇴준비격차가 11%포인트로 양호했다.
마이클 리드 대표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한국에서도 은퇴준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은퇴준비 개선 속도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며 "2008~2009년 사이에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한 실질소득증가의 둔화와 가계 흑자율의 감소 등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