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롯데는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또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명예회장과 롯데의 창업주 신격호 회장은 영남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들의 경쟁은 유통기업인 신세계와 롯데쇼핑의 싸움으로 이어졌고, ‘유통지존’ 선점 경쟁은 각 지역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두 기업의 경쟁이 부각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싸움이 신세계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루이비통 인천공항 입점 확정…신라에 손 들어 줘
지난 달 30일 루이비통은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 입점을 결정했다. ‘세계 최초 루이비통 공항 면제점’이란 프리미엄을 신라면세점이 얻었다. 삼성가와 롯데가 딸들의 면세점 전쟁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의 승리로 막을 내린 것이다.
두 업체는 국내 매출 1위 브랜드인 루이비통의 인천공항 입점여부를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왼쪽) 전무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면세점 사장 모두 실질적으로 면세점을 운영 중인데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양 업체를 대표하는 '재벌가 딸들의 면세점 전쟁'으로 해석됐다.
실제 지난 4월 아르노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이 전무는 그를 만나러 직접 인천공항으로 찾아갔으며, 이날 아르노 회장이 입국한 후에도 그와 회동했다.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은 ‘세계 최초의 루이뷔통 공항 면세점’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루이뷔통이 인천공항의 주요 손님인 한국, 중국, 일본 고객들 사이에 워낙 인기가 높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루한 3년여 싸움에서 롯데가 자존심을 구겼다.
◇정용진 “우리는 롯데처럼 우왕좌왕하지 않아”
신세계와 롯데는 지난해 파주 아웃렛 부지를 놓고 한바탕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롯데가 세 번째 아울렛매장 건립을 위해 매매협상중이던 경기 파주의 82500㎡(2만5000평)의 부지를 신세계가 계약허가권을 얻음으로써 롯데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부지사업자와 구두합의를 통해 매입을 신중하게 논의중이던 롯데의 움직임이 더딘 틈을 타서, 신세계가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평가다.
당시 정용진 부회장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롯데는 좋은 회사이지만 의사결정 시스템에서는 신세계에 밀린다고 본다. 우리는 의사결정에서 우왕좌왕하지 않는다고”고 말해 롯데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보다 앞서 2007년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도 한바탕 부지경쟁을 벌여 신세계가 승리했다.
황학동 재개발지역의 신축 아파트 지하 대형마트 부지에 대해 신세계가 시행사인 조합측과 이마트 입점을 추진하던 중 시행사 및 시공사가 롯데건설로 바뀌면서 롯데마트가 뛰어든 것이다.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경쟁을 벌이자, 양측은 추첨을 통해 업체를 결정하기로 했다. 결국 이마트가 행운을 얻었다.
이로 인해 롯데건설이 지은 롯데캐슬 주상복합 아파트에 롯데마트가 아닌 신세계의 이마트가 들어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3분기 신세계, 롯데에 ‘외형·실속’ 모두 앞서
최근 실적에서도 신세계가 롯데를 눌렀다. 지난 3분기(7~9월) 실적에서 롯데쇼핑은 총 매출액이 3조5310억원, 영업이익이 241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세계는 같은 기간 총매출액 3조8104억원, 영업이익 2568억원으로 총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롯데에 앞섰다.
상반기(1~6월)까지는 신세계가 총 매출이 6조9915억원으로 롯데(6조6072억원)를 앞섰고, 영업이익(4982억원)에서는 롯데에(5903억원)뒤졌지만 3분기에는 영업이익면에서도 롯데를 따돌렸다.
다만 1∼3분기 누계 실적에서는 총 매출액이 신세계가 10조8022억원으로 롯데쇼핑 10조1382억원을 앞질렀다. 영업이익은 롯데쇼핑(8316억)이 신세계(7553억)에 조금 앞섰다.
한편 지난해에 신세계는 총매출 12조7358억원, 영업이익 9193억원을 기록해 롯데쇼핑(총 매출 12조2073억원, 영업이익 8765억원)을 외형과 수익 두 부문에서 모두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