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으로 만신창이 된 국민의힘이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여론조사가 20일 나왔다. 수면 아래 숨죽였던 민심이 드러난 걸까, 아니면 보수층 결집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인가. 다수의석으로 정국을 주도해온 민주당은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구속 국면에서도 국민의힘의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정국을 주도해온 민주당으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여론 흐름을 두고 민주당은 여론조사 불신과 원인 분석에 분주하다. 민주당 한 중진은 "중도 보수, 중도 진보가 윤석열의 대안으로 민주당을 택하지 않는 것"이라며 "과표집 얘기를 꺼내선 안 된다. 심각성을 모르는 게 가장 위험한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20일 민주당 상임고문단 오찬 자리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도 당의 성찰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상임고문들의 당부는 "의원들은 언행에 유의하고, 점령군이나 개선군 같은 모습을 절대 보이면 안 된다"며 "여론조사 결과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내란을 거치며 국민 마음속에 생긴 상처를 잘 보살펴 주라"고 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7일 실시한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 조사에서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론'은 48.6%,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론'은 46.2%로 나타났다. 광주·전라의 34.8%가 정권 연장을 택한 것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정당 지지율 역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46.5%로 더불어민주당(39.0%)을 오차범위 밖 7.5%포인트 앞질렀다. 계엄 이후 조사에서 여당의 오차범위 밖 우위 역시 처음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리얼미터가 네 차례 진행한 해당 문항 조사에서 비록 오차범위(±3.1% 포인트) 내지만 '정권 연장론'이 '정권 교체론'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탄핵안 가결 이후인 지난달 26~27일 조사에선 정권 교체론(60.4%)이 정권 연장론(32.3%)을 두 배 가까이 앞섰다. 이후 격차는 23.7%포인트(2~3일)→11.7%포인트(9~10일)로 좁혀지다가, 이번 조사에서 처음 뒤집혔다. 정치권은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여론의 흐름을 면밀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 잘못하게 되면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비상계엄을 촉발했는데도 여당이 '정권 연장론'과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국민의 힘이 잘해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탄핵 남발과 입법폭주를 중단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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