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오랜 진통 끝에 FTA(자유무역협정) 쟁점에 종지부를 찍고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2007년 4월초 양국간 FTA 협상이 타결된 지 약 3년8개월 만이다.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동시에 인접국가인 일본과도 FTA를 맺기 위해 수차례 물밑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일본과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미련없이 협상테이블을 접은 것과는 달리, 미국에 대해서는 장기간 지루한 신경전을 거듭하면서도 '포기'는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의 협상태도가 대비된다. 미국 시장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수출국 가운데 미국은 안보동맹으로 맺어진 우방국이라는 연결고리 못지 않게 수출시장에서도 '귀한 손님'이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대(對)수출국 가운데 중국이 가장 높은 비중(24.9%)을 차지하며 수출업체에게 진출 1순위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내 소비심리 악화로 대미 수출 규모도 크게 줄었지만, 선진시장 가운데 미국은 여전히 유럽이나 일본보다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최근 지경부가 집계한 수출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11월20일 현재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수출금액은 439억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미 전체 수출금액인 376억5000만달러를 이미 초과한 셈이다. 대미 수출 증가율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2.7%나 급증해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증가율 29.7%를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 대미 수출증가율은 -18.8%를 기록했지만 올해 30%가 넘는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서며 미국의 한국 수출의 흑자를 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북미지역 수출 가운데 캐나다 수출은 36억4700만달러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전체 북미지역(수출금액 475억5000만달러)의 90% 이상을 미국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미국과의 FTA체결은 우리나라에 절실한 카드였다. 올해들어 11월까지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금액은 468억6200만달러로 미국에 비해 다소 높지만 수출증가율은 15.6%에 불과해 미국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대일 수출 역시 252만4800만달러로 미국에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해외 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뤄온 무역국가로 다양한 나라와의 교역을 통한 비중이 상당히 크다. 또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화 되가면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과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인접국간 FTA 체결로 특정지역을 일종의 권역으로 만들며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과 멕시코 및 북미지역 일대의 무역지대인 NAFTA나 유럽의 초국가적 연합인 EU 등이 점차 블록화 되가는 것이 국가간 '경제연합'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특히 수출지향적인 무역의 형태를 지닌 우리나라는 이런 블록화 되가는 초국가적 연합체와의 무역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FTA가 그 해결책이다. FTA는 양국간 불필요한 관세나 비관세장벽을 폐지하는 대신 상호 유리한 품목을 집중적으로 상대국에 대해 중점적으로 수출하며 서로 '윈윈'하는 전략적인 카드이다. FTA를 통해 보다 싼 값에 수출·수입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이를 통해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FTA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 수출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과의 FTA 체결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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