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7일 국내 증권사들이 자동차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나섰다.
당초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농산물을 얻는 대신 자동차를 내어 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자동차마저도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특히 양국 협상대표단의 추가협상을 통해 3년 반 이상 비준을 지연시켜온 걸림돌이 말끔히 제거됐다고 보고 있다.
김병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관세 철폐 시한은 연장됐지만 미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것"이라며 "2.5% 미국 자동차 수입관세는 유럽연합(EU) 10% 관세의 4분의 1 수준으로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지 생산 확대, 잔존가치 향상, 브랜드 가치 상승 등의 긍정적인 요소들로 미국에서 지속적인 판매 증가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EU FTA 보다 영향력 미미"…"美시장 선점효과 전망"
고태봉 IBK투자증권 자동차·타이어 담당 연구원은 "핵심은 현재 미국 차의 경쟁력이 향후 향상됐을 경우, 이번 변경조항의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는지 여부"라며 "FTA 이후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에 대해 확신하는 이유는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내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자동차의 FTA 효과보다 오히려 한·EU FTA로 유럽산 자동차가 얻을 실익이 훨씬 커 한국 소비자의 정서상 미국산 자동차가 큰 위협이 되진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본에 앞선 FTA 체결로 미국 시장 선점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세이프가드 조항을 비롯해 전기차(EV), 하이브리드카(HEV)의 10년 유예 조항을 4년 관세유지로 한발 물러선 것은 혹시 모를 독소조항이다"고 지적했다.
◇"부품업체에 긍정적"…"美자동차, 경쟁력 키워야 관세 인하효과"
송상훈 교보증권 자동차·부품 담당 연구원은 "관세 철폐 시점 유예 등 기회손실은 있지만 부품 관세 즉시 철폐 등은 유지돼 소형차 현지 생산 등으로 실리를 취할 가능성 높아졌다"며 "완성차 업체 주가에는 중립적, 부품업체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모세준 하나대투증권 자동차·자동차부품 담당 연구원은 "자동차관련 주요 쟁점사항이던 부분을 최대한 방어해 실질 이득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국내 자동차업종에 대한 수혜는 유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완성차에 비해 부품업체 관련사항은 변화가 없어 부품업체들에 대한 상대적인 수혜가 더 클 전망이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수입차 소비성향은 가격 보다 품질 및 브랜드가 우선시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미국차량 경쟁력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4년 간 4%관세 인하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현수 IBK투자증권 자동차부품 담당 연구원은 "서브프라임사태 이후 한국 업체들은 이미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라며 "때문에 부품업체들은 관세철폐 효과로 인한 가격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킨 부품수출량 확대, 현지법인의 수익성 개선 등을 통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車 부문 FTA 타결 내용은?
최종 타결된 한·미 FTA에 따르면, 양국은 FTA발효 4년 후 승용차 관세를 일괄 철폐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FTA발효일인 2012년 1월1일부터 승용차 관세 2.5%를 발효한 후 4년 동안 유지하다 2016년 1월1일부터 관세를 철폐한다. 우리정부는 FTA발효일에 관세 8%를 4%로 인하하고 4년 동안 관세를 유지한 뒤 2016년 1월1일부터 관세를 철폐한다. 당초 전기자동차 관세철폐는 양국 모두 9년 간 균등 철폐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추가협상에서 양국 모두 전기자동차 관세를 4년 간 철폐한다는데 합의했다.
우리정부는 미국산 화물자동차에 대한 관세(25%)를 당초 FTA발효 이후 9년간 균등 철폐한다는 입장에서, 7년경과 후인 2019년1월1일부터 균등 철폐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는 또한 한·미 FTA에 규정된 일반 세이프가드 외에도 자동차에 한정된 새로운 세이프가드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다만 미국의 승용차 관세가 유지되는 발효 후 4년간, 화물자동차 관세가 유지되는 발효 후 7년간은 세이프가드 조치 발동이 불가능하다. 세이프가드 조치 후 최소 2년 동안 무역보복은 금지된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세이프가드 협정에서 규정한 보복금지기간 3년보다 1년이 짧은 것이다.
우리정부는 연간 2만5000대 이하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미국 안전기준을 준수할 경우 국내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는 종전 한도기준인 6500대 이하에서 상향 조정된 것이다.
2012년부터 적용할 예정인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에 대한 미국의 환경기준 완화 요구도 수용됐다. 평균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 및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의 경우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4500대 이하인 미국 자동차 제조사에 대해 19%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양국은 2016년 이후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추가로 협의키로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