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家) 3세들이 올해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모두 승진했다. 이들이 내년부터는 그룹 경영의 전면에 포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삼성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 자녀인 이재용(42) 삼성전자 신임 사장, 이부진(40)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신임 사장 겸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 이서현(37) 제일모직·제일기획 신임 부사장이 올해 인사를 통해 모두 승진했다. 이서현 신임 부사장의 남편인 김재열(42) 제일모직 신임 부사장도 승진했다. 이부진 신임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42) 삼성전기 전무를 제외하고는 모두 승진한 것이다. ◇이서현·김재열, 나란히 부사장 승진 이서현 전무가 8일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신임 부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다. 이 신임 부사장은 서울예술고와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했으며, 2005년부터는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를 역임하고 올해부터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에서 전무로 일했다. 이 신임 부사장은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 위원일 정도로 패션과 디자인에 정통해 그동안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임 부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신임 부사장은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이기도 하다. 김 신임 부사장은 웨슬리언대학교 국제정치학 학사를 거쳐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정치학 석사, 스탠퍼드대학교경영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2000년에는 미국의 이베이에서 근무했으며, 2002년부터 제일기획에서 상무보로 일했다. 2004년 제일모직 전략기획실 경영기회감당 상무, 2005년 제일모직 경영관리실 경영기획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전무로 일해왔다. 이로써 삼성가 3세들이 이번 인사를 통해 모두 승진했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전무는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3세 역할분담 촉각 이로써 삼성가 3세들이 당장 내년부터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특히 이날 삼성 임원인사를 통해 조기 승진자가 12명이나 나오고, 30대 임원도 3명 배출되는 등 삼성에 '젊은 조직'이라는 화두가 가속화하면서, 이들이 그룹 전면에 나서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향후 이들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부진 신임 사장이 두 단계나 파격 승진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이재용 신임 사장이 전자, 금융 계열사를 이끌면서 순조롭게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이란 전제하에 이부진 신임 사장이 서비스와 건설을 맡게 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 최근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입점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오빠인 이재용 신임 사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은데 반해 직접 호텔신라 대표이사 직함을 다는 등 과단성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둘 사이의 역학관계가 향후 삼성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룹 지분구조상으로도 향후 이른 시기에 어떻게든 역할분담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금융회사는 동일 계열사가 지배하는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 취득을 금지하는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제24조에 따라 삼성카드는 보유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오는 2012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가 한 연구원은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점, 삼성생명보다 삼성에버랜드가 상위 지주회사가 될 것이라는 점 등 몇 가지를 빼놓고는 모든 요소가 가변적"이라며 "매우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소화하기 위해 삼성SDS를 상장하는 게 필수적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각각 삼성물산과 삼성카드로 간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의 이동에 대해서도 재계는 주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부진 신임 사장이 고문으로서 발을 들여놓은 곳이다. 삼성카드는 향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출발점이다. 종합하면 이재용 신임 사장이 전자와 금융 계열사, 이부진 신임 사장이 서비스와 유통, 건설 계열사, 이서현 신임 부사장이 패션과 광고 계열사 등을 관할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으로 서로를 견제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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