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에 사는 A씨는 건망증이 심해 치매가 아닌가 하는 의심으로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증상 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3번씩 2개월간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그러나 태블릿PC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이 같은 걱정이 해결됐다. 최근 원격으로 안방에서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U-헬스케어가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U-헬스케어는 IT(정보기술)와 BT(바이오기술)의 융합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생체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치의 진료가 가능한 서비스를 말한다.
홈네트워크와 헬스케어를 연계해 가정에서 자신의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는 조언을 전문의로부터 듣는 등 '맞춤형 홈헬스케어'가 활성화된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의료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가 완화되고, 의료법인 대형화로 무한경쟁에 돌입해 수년전부터 U-헬스시대에 대비, 지금은 활성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U-헬스의 기반인 IT가 탄탄하게 받쳐 주고 있어, 수년내에 고품격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LG U+),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물론 코오롱아이넷, 비트컴퓨터, 인성정보 등 의료정보 업체들도 U-헬스케어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홈 헬스케어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U-헬스케어 시장의 규모는 오는 2015년 약 2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고용창출효과도 최소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된다.
먼저 SK텔레콤은 병원 등 헬스케어산업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 모바일과 ICT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 고려대병원, 충남대병원, 조선대병원, 첨단종합병원, 경북대병원 등 6개 병원과 협약을 맺고, 유무선 통합 서비스(FMS)와 모바일 오피스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협약을 맺은 조선대병원은 전남·광주지역 대학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모바일 의료솔루션 도입 △병원내 와이파이(Wi-Fi)망 구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 공급 등을 통해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 부터 U-헬스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앞으로 의료진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환자의 의료기록을 확인하고 진료할 수 있게 된다. 또 병원을 찾은 고객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예약내역과 검사결과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이 밖에 SK텔레콤은 지난 5월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스마트케어 서비스사업자로 선정돼 컨소시엄 주관사로서 주도적인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등 의료부문의 U-헬스를 본격 추진 중이다.
KT 역시 U-헬스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는 초고속인터넷망과 3W(Wi-Fi, WCDMA, WiBro) 네트워크망, 유선전화, IPTV(인터넷 방송), 스마트폰, 패드 등을 적극 활용해 U-헬스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디바이스에 맞는 의료용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KT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업무협의를 통해 만성창상, 천식, 경도인지장애, 심전도 관리 등 총 4개 분야에 대해 스마트 IT인프라를 활용, 병원 왕래를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예컨데 만상창상관리의 경우,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상처부위를 촬영하면 자동적으로 상처의 상태가 진단에 맞게 체크돼 병원시스템에 전송된다.
의료진은 전송된 상처 크기나 상태를 체크한 후 적절한 소독과 드레싱에 사용할 약제를 알려준다.
KT와 분당서울대병원은 이 애플리케이션을 임상시험 중이며, 각 분야별로 내년 중 시범서비스를 거쳐 상용화할 방침이다.
KT는 최근 공식 출시된 아이패드에 적용되는 병원솔루션 개발을 완료했다. 병원 솔루션은 전자의무기록, 영상저장시스템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KT는 병원이 아이패드를 통한 솔루션 도입을 원할 경우, 최적화 작업을 거쳐 빠른 시일내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도 지난 1월 발표한 '탈통신 프로젝트' 가운데 헬스케어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설정,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0월 인제대 백병원과 유무선 통합(FMC) 서비스 구축 및 IT 최첨단 원스톱 의료서비스 솔루션 제공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백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처방전달시스템, 의학영상정보시스템 등 의료정보솔루션을 그룹웨어, 통합 커뮤니케이션과 결합시켜, 이를 스마트폰에서 쓰기 쉬운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해 언제, 어디서나 진료기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백병원은 인제대를 비롯한 서울, 일산, 상계, 부산, 해운대 등 전국 5개 백병원의 모든 IT인프라와 의료 솔루션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병원내 통화료 절감은 물론, 진료효율 및 업무생산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또 관동대 의대 명지병원에 내년 하반기부터 병원간 정보 교류가 가능한 클라우드 병원정보시스템(HIS) 시스템과 PHR(개인건강기록)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특히 LG유플러스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활용, 각종 의료정보 솔루션을 클라우드 형태로 저렴하게 제공해 OCS(처방전달시스템) 및 EMR(전자의무기록)이 전혀 없는 병원이라도 초기 투자부담 없이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는 클라우드 HIS 시스템을 2만5000여 개원의원으로 확장하고, 해외시장 공략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밖에 의료전문 솔루션이 탑재된 스마트폰, 태플릿PC, 패드 등 다양한 단말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U-헬스케어가 구현되면, 전체 의료비 지출이 줄어드는 등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U-헬스케어 산업이 국내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낡은 의료법 개정과 IT인프라 구축, 홈 헬스케어산업 표준화 및 정비 등 시급히 해결해야 문제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은 '원격진료' 개념에 대해 의료인(원격지의사)과 의료인(현지 환자와 함께 있는 의사) 사이에만 허용을 하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간 건강진단 및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의료법상 원격지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는 한 환자에 대한 책임은 현지 의사에게 있는 것으로 명시돼, 원격진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간에 협진을 이끌어 내는데 큰 걸림돌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열린 'U헬스 그랜드 콘퍼런스'에서 일본 스즈카 대학 구연화 교수(의과대학 보건의료학부)는 "U헬스는 원격 진료를 통해 전체 의료비를 30~ 60%까지 절감할 수 있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큰 이득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는 U-헬스 비즈니스에 대한 전격적인 규제완화 및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U헬스의 기반인 IT가 강하다는 점을 들어 "종합 검진, 암 특화 검진, 관광과 연계된 미용 성형 등의 고품격 의료 서비스를 연구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