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최대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을 인수해, 헬스케어사업이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지난 5월 그룹 차원에서 발표했던 5대 신수종사업에 헬스케어사업이 포함됐다. 현재는 각 계열사별로 관련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당시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이 되면 환경, 건강 등이 삶의 중요한 콘셉트일 것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현재는 각 계열사별로 헬스케어사업을 따로 추진 중이지만, 현재 그룹의 캐시카우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처럼 향후 몇 년 안으로 계열사간 협력과 이에 따른 시너지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헬스케어사업 개시한 계열사들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이미 각자 헬스케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바이오시밀러 제품군 개발 및 동물세포 기반 생산시설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신성장동력산업 분야 연구개발(R&D) 사업 중 하나다.
지난 6월에는 혈액검사기를 출시했다. 이는 중외제약을 통해 개별병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업체인 레이를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전기도 미국 의약업체와 나노리터급 약물토출시스템과 독성검출용세포칩 등 바이오부품사업을 공동으로 전개하는 등 바이오사업에 적극적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영상진단장비인 '포터블 X선 디텍터' 양산체제를 갖추고, 초정밀 의료장비 시장에 진출했다. X선 디텍터는 X선 영상을 디지털 영상정보로 바꿔 모니터로 전송해 주는 장비다.
삼성SDS도 삼성의료원 등과 함께 전자차트 등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SDS의 우수한 IT서비스 기술이 의료기기의 전반적인 스마트화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부터는 유전자 정보를 관리하는 '바이오인포메틱스' 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삼성의료원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도 바이오신약과 관련한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룹 차원 시너지 기대
이번 메디슨 인수와 관련해 특기할 만한 것이 최근 신설된 삼성의 미래전략실이다. 삼성전자 산하에 있던 신사업추진단이 사실상 그룹 조직으로 격상된 것이다. 신수종사업에 대한 삼성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메디슨 인수 작업도 신사업추진단 시절 김순택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이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헬스케어사업의 경우 미래전략실의 신설 덕에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의료원 등 기존 계열사간 협업이 향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쉽게 말해 기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특화됐던 계열사간 협업관계가 헬스케어사업으로도 일부 반영될 것이란 뜻이다. 당장은 힘들지만, 서서히 그 구도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처럼 완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전면에 나서고, 삼성전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테크윈 등 우수한 부품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이 부품을 공급하는 구도를 예상할 수 있다.
의료기기의 전반적인 스마트화 역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국내 1위 IT서비스업체인 삼성SDS가 큰 몫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최고의 IT 경쟁력이 가장 가시적으로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삼성의료원이 삼성전자의 전략 태블릿PC '갤럭시탭'을 전면 도입하는 등 스마트기기를 통한 의료서비스도 이 같은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IT 사업역량을 초음파 진단기기 분야에 접목해 헬스케어사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해 인사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현재 삼성 전반에는 변화에 대한 움직임이 매우 짙다. 신수종사업에 대한 투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아직 헬스케어사업과 관련한 노하우가 부족한 삼성으로서는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등에 업고 또 다시 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거듭 지적했던 것처럼 기존 캐시카우 만으로는 향후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룹 차원에서 팽배할 것"이라며 "헬스케어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