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의 산불은 청천 하늘 날벼락이다. 성묘객의 부주의가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 쓰레기를 태우다 불씨가 튀면서 순식간에 바람을 타고 온 산천에 옮겨붙었다. 산속에서는 라이터나 인화 물질을 소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산불이 나기 전인 오전만 해도 전날보다 다소 잦아든 초속 1m 가량의 바람이 불었으나 낮 동안에는 최대 초속 15m에 이르는 강한 바람으로 진화 인력을 대거 투입했지만 고온 건조하고 바람이 강해 진화가 어려웠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은 임시 마련한 숙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의성 산불은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재산손실은 최대규모다. 이번 거창 산불에서 60대 진화대원 3명과 이들을 인솔해 산불을 끄던 30대 공무원 1명이 불길 속에 고립돼 주민 3명과 함께 순직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불씨가 도깨비불처럼 날아다녔다고 놀란 표정이다.
대형 산불은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 22일엔 경북 의성군과 울산시 울주군, 경남 김해 등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축구장 1만885개가 넘는 넓이의 산림을 태웠으며 아직 불길을 잡지 못해 피해 규모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의성·산청·울주 등에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했으며 의성군은 공무원 주민이 총동원해 진화에 나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식목일에 발생한 양양 산불 때 수학여행 명소였던 낙산사가 전소해 충격을 준 게 20년 전인데 이번엔 의성군에 있는 신라 시대 사찰 운람사의 건물 7채 중 6채가 소실됐다고 한다. 봄철 산불로 귀중한 보물이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다.
산림청 통계에 의하면 연평균 546건의 산불 중 봄철(3∼5월)에 303건(56%)이 발생했다. 남고 북저의 기압계와 육지와 바다의 기온 차가 바람을 더 세게 만들고, 건조주의보 등이 최악의 조건을 만든다. 바람이 너무 약하면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헬리콥터 투입이 지연되는 어려움마저 생긴다고 한다. 이처럼 봄철 산불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체계적인 전략이 있어야만 진화가 가능한 재난 상황이다. 지자체가 봄철 요소마다 산불감시원을 배치해 산불 예방에 나서고 있으나 연중 배치되지 않고 12월1일부터 이듬해 5월15일 까지 한시적으로 근무시키고 근무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로 정해 대처가 안일하다는 지적이다.
매년 반복되는 봄철 산불에 제대로 된 예방법과 대책은 지자체 산불감시원 숫자부터 늘려야 한다. 현재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는 예산 절약을 위한 꼼수 행정이다. 근무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조정하고 초과시간은 특근수당을 지급해서라도 산불은 막아야 한다. 산불은 예고가 없는데도 산림 당국만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