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은 신진 기획자들에게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전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새롭게 시작하는 ‘신진큐레이터 지원프로그램’의 첫 특별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25년을 여는 첫 특별기획전 '사라진 이야기'로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4월 4일부터 6월 22일까지 전시 기회를 부여한다. 
 
이번 전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와 경험을 갖춘 기획자들에게 실제적인 전시 기회를 부여해 독자적인 시각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현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특히 시안미술관은 매칭큐레이터를 통해 실무경험이 풍부한 미술관 큐레이터를 매칭을 통해 기획자들이 제안한 전시의 방향성을 세심하게 살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진행함으로써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고 신선한 시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참여한 기획자들은 현대인이 쉽게 놓치는 문제의식을 미묘한 감정과 순간들 속에서 섬세하게 포착해, 오늘날 삶 속에 내재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10명의 작가들과 함께 심도 있게 풀어낸다.시안미술관은 작가의 작품 활동 지원과 함께 신진 큐레이터의 지원이라는 미술관의 기능적 확장을 통해 지역 미술 저변 확대와 발전을 도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현대인이 놓치고 지나치는 순간과 대상, 그리고 과정 속에서 사라져가는 요소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단지 느린 템포의 이야기를 강조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무심코 ’건너뛰기(skip)’하며 상실한 삶의 깊은 지점들을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총체적인 경험을 제안한다.
 
현대 사회는 ‘빠른 스킵’, ‘사이다 패스’, ‘릴스 및 쇼츠 중독’과 같은 용어가 상징하듯,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고 자극적인 결말을 추구하는 문화로 변모하고 있다. 서사의 밀도와 풍부함은 초 단위로 편집되는 대상이 되었고, 이는 곧 우리 시대가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생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사라진 이야기'展은 점차 우리의 시야와 정신에서 멀어지는 대상과 순간에 주목한 작가들의 시선을 담았다. 참여 작가들은 소외된 대상과 현상, 잊힌 흔적을 탐색하거나 빠른 속도에 맞춰가기 벅찬 사회에서 고민하는 자아의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한다.▲고재욱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그 속에서 형성되는 서사를 수집하며 사회적 이슈와 시스템의 빈틈에 주목해왔다. 특히 주류 담론에서 소외된 존재들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제시한다. 단순히 소외된 존재를 주목하는 것을 넘어 객체와 주체의 위계를 전환하며 서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 박수연 작가는 인간 존재가 지닌 불완전함과 삶의 불안정성을 마주하는 태도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회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삶의 변곡점에서 세계의 작동과 생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작가의 내적 여정은 초월적이고 상징화된 대자연의 풍경으로 그려진다. 
▲ 송민규 작가는 풍경 속에서 발생하는 운동 현상과 에너지를 포착하고 이를 기호로 변환하는 회화적 연구를 진행한다.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이미지들은 작가가 설정한 규칙과 배열에 따라 상징과 기호로 변환돼 질서 있는 추상회화로 구현된다. 
 
▲ 양인아 작가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축적된 개인적 감정을 회화적으로 묘사하며, 이를 조율하는 과정 자체를 회화적 기록으로 남긴다. 작가는 설치, 영상, 관객 참여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확장하며 감정을 기록하고 해소하는 방식을 실험한다. 
▲이 을 작가는 언어의 한계와 그것이 인간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며, 정체성이 단일한 실체가 아닌 끊임없이 변형되고 확장될 수 있음을 실험한다. 그의 작업은 과잉된 정보 속에서 진실과 허구가 빠르게 소비되는 현대 사회의 구조와 맞닿아 있으며 우리가 신뢰하는 것들이 과연 절대적인 진실인지 되묻게 한다.
▲장입규 작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인간 세계관 및 의식구조의 변화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 매체와 그로부터 생산되는 이미지의 본질에 관심을 둔다. 디지털과 현실이라는 혼성적 시공간에 관하여 탐구하는 장입규의 작업은 동시대에 인간이 적응해야 할 새로운 일상과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의문을 던진다.
▲ 장시재 작가는 빛 바랜 물건, 깨진 건물 외벽의 틈새, 철거 현장와 같이 위태로운 일상의 풍경으로부터 압력과 작용의 충돌을 포착한다. 작가는 이항대립의 경계를 파고들어 중층적 의미를 생성하고, 이를 통해 관객이 일상에 숨겨진 관념과 그 층위를 깨닫는 계기를 제공한다. ▲ 정문경 작가는 일상적인 사물의 형태를 변형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맥락을 탐구한다. 주로 유년기의 기억을 환기하는 오브제를 활용해 개인과 사회가 맺는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이질감과 갈등을 시각화한다. ▲ 조희수 작가는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개인과 집단, 자유와 통제 속에서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미술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작가는 영상 매체를 통해 중심과 주변, 관람자와 퍼포머의 위치를 끊임없이 바꾸고 관계와 의미의 전환이 일어나는 현장으로 기존 세계관에 도전한다.
▲홍보미 작가는 미술관의 청소부로 근무한 경험을 재구성한 작품인 (2023-25), 이후 작가의 신분으로 다시 미술관을 찾아 현장을 취재한 영상 작업인 '오늘의 미술관(2019)' 을 선보이며 예술과 비예술, 제도라는 거시 세계와 일상이라는 미시 세계의 중층된 경계를 체화하는 동시에 예술의 사회적 담론을 활성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