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국내 통신시장은 스마트폰이, 방송시장은 '분쟁'이 휩쓸고 지나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인기에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규제 및 정책을 재정비하느라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애플의 아이폰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3사가 앞다퉈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 마케팅 경쟁이 한껏 달아올랐고 방통위는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또 이통 3사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에 따른 데이터 트래픽 급증에 소비자들의 불만도 폭발하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방송시장의 경우, 방통위는 사업자들간 벌어진 잇따른 분쟁을 중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SBS 남아공월드컵 단독 중계를 놓고 벌어진 지상파 방송간 갈등은 민·형사 소송으로까지 이어졌고, 곧 이어 터진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의 분쟁은 '광고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이어질 뻔 했다.
이밖에 오는 30일께 마무리될 종편·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선정도 올 한해 동안 방통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사안이다.
◇통신분야
△네트워크 망 고도화 전쟁 개막
올 한 해는 스마트폰 보급 활성화에 데이터 트래픽이 대폭 늘어나면서 '데이터 폭발' 시대에 대한 우려가 특히 높아졌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모바일 인터넷 트래픽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제3차 무선인터넷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 광대역 무선망 확충을 위한 설비 경쟁 정책을 도입했다. 그 결과, 이통사들은 올 한해 경쟁적으로 와이파이망 확충에 나섰고,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2위 수준의 와이파이존을 보유하게 됐다.
또 와이파이존 구축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 아래 사업자들은 각각 3G, 와이파이, 와이브로, 4세대 이동통신망인 LTE(롱텀에볼루션) 등 자사의 강점에 중점을 둔 데이터 트래픽 해소 전략을 내놨다.
이와 함께 방통위는 트래픽 폭증에 따른 통화끊김 현상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내년부터 아이폰과 갤럭시S 등 통신사별 대표기종을 선택해 스마트폰과 스마트폰간 통화품질, 일반폰과 스마트폰간 통화품질을 모두 측정할 계획이다.
측정 자료 등을 기반으로 통화끊김 현상 원인을 분석하고 내년 10월께 개선방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3G망에서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허용 여부의 향방을 가를 망중립성 정책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가계통신비 부담 감소? '스마트폰' 변수 등장
휴대폰 초당과금제 확대, 데이터요금구조 개선, 저렴한 유·무선 결합상품 출시 등은 통신요금 20% 인하를 달성하기 위해 방통위가 올 한 해동안 추진한 정책들이다.
올 12월을 기점으로 모든 통신사에 초당과금제가 전면 도입됐고, 다양한 결합상품 나와 통신요금 인하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대다수의 스마트폰 가입자들이 일반 요금제에서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로 갈아타면서 기본적으로 내야하면 '기본료'가 높아졌다.
또 일반요금제에 비해 줄어든 기본 음성통화 제공량을 대다수가 초과, 추가 요금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통신비 인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지 1년도 안돼 가계통신비 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방통위는 스마트폰 이용부담 완화를 위한 요금제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내년 청소년·노인층 요금제를 출시를 추진키로 했다. 또, 스마트폰 정액 요금제에 따라 제공되는 무료 통화량도 확대하기로 했다.
△마케팅비 규제 실패
올 한해 방통위가 주력했던 또 한가지 통신 정책은 통신사들의 마케팅비 지출을 줄이는 것이었다. 지난 5월 이통사들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마케팅에 쏟아 붓는 대신 이를 연구개발(R&D)이나 투자에 돌릴 수 있도록 마케팅비를 유·무선 각각 올해 매출액 대비 22%를 넘지 못하도록 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통 3사의 3분기(7~9월) 실적발표 결과, 모두 방통위의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넘어서 소모적인 가입자 유치를 지양하자는 결의가 무색해졌다.
특히 앞으로는 통신 3사간 태블릿PC, 스마트폰 가입자 모집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지켜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방통위는 통신사업자의 소모적 마케팅비를 대폭 줄이기 위해 내년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시장 혼탁을 주도하는 사업자에 과징금 부과 및 가입자 모집정지 등 제재를 강화할 예정이다.
◇방송 분야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먼저 올 한해 방송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무엇보다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선정을 꼽을 수 있다.
종편·보도 PP 사업자 선정 작업은 그동안 여·야 상임위원간 이견으로 논의만 거듭해 왔다. 특히 지난달 10일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종편·보도 PP 승인 세부심사기준안과 선정 일정을 여당측 상임위원들만으로 강행 처리하는 파행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미디어법 2차 권한쟁의'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자 선정 작업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1년여간 끌어왔던 미디어법 관련 논란이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현재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지난 1일 종편·보도 PP 승인신청을 접수를 마감한 결과, 종편에는 6개, 보도 채널에 5개 등 총 11개 법인이 접수했다. 또 지난 23일부터는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냈던 이병기 서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심사위원단이 심사에 돌입, 오는 30일께 최종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보편적 시청권, 방송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SBS 월드컵 단독 중계를 놓고 벌어진 지상파 방송사간 갈등은 상호 비방전을 넘어 민·형사 소송으로까지 확대됐다. 결국 SBS 단독중계로 결론이 났지만, 이후 방송 3사는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국제적 스포츠 중계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스포츠 공동중계' 대원칙에 합의하는 것으로 싸움을 일단락했다.
특히 월드컵 단독중계를 강행한 SBS는 지상파방송사 가운데 처음으로 '보편적 시청권' 조항 위반으로 2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곧 이어 불거진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의 분쟁은 700만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지상파 방송을 보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질 뻔 했다.
이는 지난 9월 법원이 케이블TV의 지상파 재송신에 대해 '불법' 판결을 내리고 지난해 12월18일 이후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에 가입한 고객들 대상으로 송출을 중단하라고 판결하면서 벌어졌다.
이후 케이블TV는 지상파방송의 '광고 재송신 중단'이라는 카드를 빼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다행히 방통위의 중재 아래 양측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합의,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상파와 지상파간, 케이블방송과 지상파방송간 연이은 분쟁은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유권해석 논란과 함께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내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어려운 숙제가 방통위를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종편·보도PP가 개국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올해 매듭을 짓지 못한 KBS 수신료 인상,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 굵직한 이슈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또 오는 2012년 12월31일 오전 4시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 종료를 앞두고,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내년까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지율 90%, 디지털TV 보급률 80%, 디지털 TV방송의 커버리지를 94%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밖에 늦어도 내년 2월까지 중소기업 제품을 80%이상 편성하는 중기 전용 홈쇼핑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며, 방송업계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다채널방송서비스(MMS)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상임위원들의 임기가 내년 3월에 종료되는만큼, 2기 상임위원회의 출범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