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읍 오류2리는 척사리(尺紗里), 혹은 장사리(長沙里)라고도 부른다. 일제강점기 때 백사장의 모양이 길게 펼쳐놓은 비단을 자로 잰듯하다고 해서 척사라고 이름했고 마을의 해변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고 해서 장사라고도 불렀다. 이름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듯이 오류2리가 끼고 있는 해변은 약 2㎞에 이르고 그 경관이 빼어나 동해안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바다마을로 알려져 있다.오류2리에 있는 작은 항구는 척사항이다. 약 50년 전부터 항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감포항, 전촌항과 더불어 감포읍에서 비교적 큰 항구에 속한다. 오류2리 주민 대부분의 생업은 어업이었다. 항구가 정비되고 나서 작은 목선에 의지하던 어부들의 배는 커졌고 어업도 활성화 됐다. 하지만 현재는 약 20% 정도의 주민만 어업에 종사하고 나머지는 농사를 짓거나 숙박업을 하고 있다. 또 한창일 때 이 마을의 횟집은 약 30곳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5곳만 남아 있다. 어민들이 노령화돼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류2리 어촌계는 40명의 회원이 전복과 미역, 해삼, 소라 등을 채취해 연간 1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이곳의 돌미역은 품질이 좋기로 소문이 나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어촌계의 수입은 해마다 줄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복만 3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금은 현저히 매출이 떨어졌다. 과거에는 종패를 많이 살포했지만 지금은 과거만큼 많이 뿌리지 않고 해녀들이 고령화로 은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줄었다.척사항의 어선은 13척이다. 이들은 과거 통발을 이용한 문어잡이에 많이 종사했지만 해수온도 상승으로 문어가 귀해져 최근에는 삼치잡이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또 10톤 어선 3척은 근해에 나가 대게나 참가자미를 잡는다. 어민들은 가정에서 멸치젓과 밥식혜를 만들어 친지들과 나눠 먹고 더러는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에 판매해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오류2리의 멸치젓과 밥식혜는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다. 바다에서 나오는 수입이 줄어들었지만 최근 들어 오류2리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고아라 해변이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마을의 수입은 크게 올라갔다. 고아라 해변은 오류해수욕장의 바뀐 이름이다. 해변의 모래가 부드러워 모래찜질이 유명하며 인근 봉길해수욕장이 과거의 명성을 잃게 되자 대거 고아라 해변으로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1㎞의 백사장과 1.5m 안팎의 수심, 우거진 소나무 숲과 민물에 접해 있어 가족단위 캠프를 하는데 안성맞춤이다. 고아라 해변은 여름철 성수기가 되면 교통이 마비될 정도다. 이처럼 해수욕장의 인기가 높아지자 오류2리의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 새롭게 성업기를 맞았다. 또 해변의 솔숲에 경주시가 관리하는 오토캠핑장은 새로운 명소로 떠올라 코로나19 팬데믹 때에도 대부분의 관광지가 불황을 맞았지만 오히려 오토캠핑장을 찾는 손님들은 늘어나는 기현상을 빗기도 했다. 여기에 인근 송대말 등대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무인 등대였던 송대말등대에 경주바다와 감포항 등대를 주제로 해양문화와 역사를 현대적으로 전달하는 디지털 미디어 전시공간인 빛 체험 전시관이 2022년에 완공되면서 등대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오류2리의 아름다운 바다를 자연스럽게 찾기 시작했다. 이 등대 주변은 수령 200~300년 소나무가 숲을 이룬다. 이 무성한 솔숲 사이로 감은사지삼층석탑을 형상화 한 등대의 외양부터가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의 시선을 뺏는다.척사항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바로 북방파제 등대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본떠서 만든 이 등대는 지난 1월 해양수산부가 이달의 등대로 선정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등대는 5초 간격으로 빨간색 불빛을 깜빡이며 감포 일대를 지나는 선박의 안전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최초 설치됐다가 방파제가 연장된 후 2018년에 성덕대왕신종의 종각 모형으로 다시 설치됐다. 이 등대는 찬란한 신라시대 문화유산의 가치를 되새기고 어민들의 풍어와 어선의 무사고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졌다. 척사항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68억원을 들여 어촌뉴딜 300사업을 펼쳤다. 척사항은 잦은 월파와 진입부의 낮은 수심으로 인한 어선 정박과 진출입의 어려움으로 안전성 확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뉴딜사업으로 방파제 테트라포드를 보강하고 어항기반시설도 정비하는 한편, CCTV와 차막이, 이동식 볼라드도 설치했다. 고아라해변길은 인도와 찻길을 분리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했으며 그늘막 설치와 해안산책로도 정비했다. 특화사업으로는 협소하고 노후화된 오류2리동회관과 척사어촌계회관을 리모델링 했다.이처럼 전통적인 어촌마을에서 관광 인프라가 보충되면서 척사항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해파랑길을 따라 걷다가 송대말등대와 고아라 해변을 방문하면서 아름다운 척사항의 바다를 찾기는 하지만 마을에 경제적인 이득은 별로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인식이다. 그저 잠시 쉬어가는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임채권 이장은 “먹을 거리와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인프라가 대폭 보강되는 것이 시급한 현실”이라며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사업으로 푸드트럭과 같은 관광객 편의시설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이장은 또 “어촌계사무실 2층에 20명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두고 있다”며 “가격도 그리 부담되지 않은 정도여서 동해의 아름다운 해안을 즐기려는 동호회나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이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상부 어촌계 총무는 “어느 곳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해안 경관을 가진 마을의 옥의 티는 시야를 가리는 전선줄”이라며 “해안길 전선지중화 사업만 이뤄진다면 관광거점으로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전복 생산량이 많을 때처럼 종패 방류가 늘어난다면 주민들의 경제적인 여유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콘텐츠는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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