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는 약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다소 시적인 표현처럼 들릴 수 있지만, 최근 과학은 이 표현에 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특히 당뇨병을 앓았던 엄마가 수유를 하는 경우, 그 모유는 단순한 영양 공급원이 아니라 아기 몸속 작은 설계도를 조율해주는 약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이건 마치 그 어떤 약국에서도 살 수 없는 특별한 '처방전 없는 약'을 엄마가 직접 만들어내는 셈이지요.오클라호마대와 미네소타대 공동 연구진은 348쌍의 모자(母子)를 대상으로 모유의 대사체(모유 속 수백 가지 작은 분자들)를 분석했습니다. 그중 당뇨병을 겪은 엄마들이 만들어낸 모유 속에는 일반적인 모유와는 조금 다른 성분들이 들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 차이가 아기의 성장 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분자는 아기의 체지방률을 낮추고 키는 더 크게 자라게 만들었다는 결과가 나왔죠. 단순히 “엄마가 당뇨라서 아기도 살찔 거야”라는 단편적인 추정과는 정반대의 결과입니다.이쯤 되면 모유는 더 이상 단순한 식사나 영양이 아닙니다. 엄마의 건강 상태와 식습관, 생활방식이 분자 수준에서 모유에 반영되고, 이 정보가 고스란히 아기에게 전달되어 그 아이의 성장 방향을 조율하게 되는 것이지요. 
 
엄마의 몸이 '지휘자'이고 모유가 그 지휘자가 보내는 악보라면, 아기라는 오케스트라는 그 지시대로 자라납니다. 다만 흥미로운 건 엄마가 당뇨병을 겪었더라도 모유는 단점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 조율을 통해 아기의 비만 가능성을 줄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결국 이 연구는 "모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약"이라는 오래된 믿음에 과학적 근거를 더해줍니다. 물론 아직은 연구의 초입 단계고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먹는다’는 행위의 의미가 얼마나 깊은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엄마가 만드는 모유는 단순한 칼로리 덩어리가 아니라 사랑과 유전, 건강과 삶의 흔적이 녹아든 액체 유산입니다. 어쩌면 진짜 약이란 병원에서 처방받는 정제나 캡슐이 아니라 한 방울 한 방울 모유로 전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오늘도 베토벤의 변주곡 2곡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첫 번째 곡은 빈터의 오페라 "중단된 희생 제전"에 등장하는 사중창 "아가야, 조용히 잠들고 싶니?"의 주제를 바탕으로 한 7개의 변주곡입니다. 이곡은 주제와 7개의 변주, 코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제는 F장조의 알레그레토(Allegretto)로 시작되며, 각 변주는 주제의 멜로디와 리듬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하여 베토벤의 창의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여섯 번째 변주는 F단조로 전환되어 분위기의 변화를 주며, 마지막 일곱 번째 변주는 알레그로(Allegro)로 활기차게 진행됩니다. 이 작품은 베토벤이 다른 작곡가의 주제를 활용하여 자신의 독창적인 변주 기법을 선보인 예시 중 하나입니다. 
 
당시 빈터의 오페라가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베토벤은 이러한 대중적인 주제를 통해 자신의 작곡 기술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했습니다. 이 변주곡은 베토벤의 초기 피아노 작품 중 하나로, 그의 변주 기법과 음악적 탐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입니다.두 번째 곡은 "자작 주제에 의한 32개의 변주곡"입니다. 이곡은 같은 해 작곡된 서정적인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4번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강렬하고 어두운 정서가 지배하는 작품입니다. 
 
형식 면에서는 바흐의 D단조 파르티타에 수록된 유명한 샤콘느를 연상시키며, 짧고 간결한 주제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변주들이 이어집니다. 이곡의 정서는 전체적으로 침울하거나 격정적이며, 중간에 나타나는 다장조 변주들조차도 밝은 느낌보다는 잠시의 휴식처럼 느껴집니다. 각 변주는 고유의 기술적 과제를 담고 있어, 거의 연습곡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지배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변주가 진행될수록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음악은 내면의 폭풍처럼 휘몰아칩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긴 변주 하나가 등장하며 음악은 마침내 노래하듯 전개됩니다. 
 
그러나 이 노래 역시 밝고 희망적인 느낌보다는, 조용하고 고독한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작품은 두 개의 조용한 화음으로 끝나며, 하나의 감정적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이곡은 베토벤이 형식과 감정의 긴장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풀어내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오늘은 알프레드 브렌델 (피아노)의 1961년 연주입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