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는 처음으로, '청자 어룡모양 주자' 등 국보 3건, '청자 귀룡모양 주자' 등 보물 7건을 포함해 국내 주요 고려 상형청자(象形靑磁)의 대표작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지난 3월에 종료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의 순회전시로 고려시대 도자공예의 예술성을 대표하는 ‘상형청자’를 경주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다. 
 
고려 상형청자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그들의 관심, 적극적 수용, 예리한 관찰력과 뛰어난 감각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변용이 담겨 있다. 천년의 신라 경주에서도 다양한 형상을 본떠 만드는 기술과 전통이 확인된다. 
 
새모양 토기를 비롯해 말 탄 사람모양 토기나 배모양 토기와 같은 정교한 상형토기뿐만 아니라 통일신라시대의 월지나 구황동 원지에서 출토된 납석제 사자모양 향로 뚜껑이나 오리모양 뿔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라에서 제작된 동물모양의 그릇이 고려 상형청자에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고려 상형청자는 아름다운 비색 유약과 빼어난 조형성으로 고려시대 공예의 높은 기술적 성취와 독자적 미감을 보여주고 있어 한국 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이번 특별전에는 국내 주요 고려 상형청자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 모아 모두 경주에서 처음으로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호림박물관,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등 국내 주요 8개 기관의 소장품 총 97건이 출품된다. ▲고려 상형청자 전모 소개, 총 4부 구성...상형청자가 전해주는 고려 사람들 이야기
 
고려 상형청자의 전모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는 고려 상형청자가 등장하기 이전, 통일신라시대 경주에서도 흙으로 특정한 형상을 빚는 ‘상형’의 오랜 전통이 있었음을 살펴본다. 특히 고려 상형청자에서 보이는 ‘사자’, ‘오리’의 형상이 통일신라시대 유적인 경주 월지, 구황동 원지에서도 확인된다.
 
제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는 상형청자가 등장한 문화적 배경과 제작, 유통, 소비 양상을 살펴본다. 고려의 수도 개경(현재의 개성)은 국제도시로 새롭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었고 수준 높은 기술과 창의력이 전제되어야만 하는 상형청자는 이들의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도자기였다.
  상형청자가 제작, 유통, 소비된 양상은 발굴품을 중심으로 추적해본다. 발굴품은 완형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문헌기록이 많지 않은 상형청자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다. 강진 사당리와 부안 유천리 가마터 발굴품과 태안 대섬, 진도 명량해협 출수품 등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가 소개된다.
 
제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은 상형청자의 다양한 형태와 아름다움을 살펴본다. 고려 사람들이 사랑하고 벗처럼 가까이 두고자 했던 다양한 동물과 식물을 소재로 한 상형청자를 비롯해 예로부터 권위의 표상이었던 용, 기린과 같은 상상의 동물을 형상화한 명품 상형청자를 엄선했다.
 
고려 사람들은 평소 좋아했던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을 상형청자에 담아 향로, 연적, 묵호와 같은 기물에 자주 표현됐다. 이들은 주로 실용적 기능을 하면서 곁에 두고 보면서 즐기는 대상이었다. 상형청자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은 용, 어룡, 귀룡, 기린, 사자로 이들은 왕실이나 귀족의 권위와 지위를 상징하며 예부터 상서롭고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 서수(瑞獸)들이다. 
제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은 도교와 불교 의례에 사용되는 기물로서 실용과 예술의 범주를 넘어서 정신적 세계에 대한 추구나 신앙적 바람을 담아낸 상형청자를 소개한다. 앞에서 본 상형청자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시각적 경험과 의미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손끝으로 느끼는 상형청자’, 감각적 교육 체험 공간 마련
  전시실을 나가기 전, 감각적 교육 체험 공간 ‘손끝으로 느끼는 흙의 이야기’에서는 상상 속 동물을 형상화한 서수 모양 토기를 비롯한 다채로운 상형청자 3점을 직접 만져보며 전시품의 독특한 형태와 질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6월 30일부터는 여름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율 체험이 추가된다.  이외에도 청소년을 위한 진로 연계 교육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전시실 뒤 이야기를 들어보며 박물관 속 직업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 기간에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소장품으로 상형청자를 그려보는 특별 이벤트 ‘문화유산의 대변신!’을 진행한다. 또 특별전 개최를 기념해 다양한 관람객 참여 이벤트도 마련된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경주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고려 청자 전시가 상형을 주제로 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는 고려청자 중, 한국 문화의 정수를 모은 전시"라면서 "신라의 옛 수도 경주에서 고려청자의 비색과 형상의 아름다움을 완상(玩賞)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