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필자는 부메랑을 던지던 아이였다. 약간 휘어진 나무 조각 하나를, 아무도 없는 하늘을 향해 던져 보냈다. 휘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 곡선을 그리며 멀어지는 모습 따라 필자 마음도 따라갔다. 그건 분명 멀어지고 있었는데, 필자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돌아올 것이라고.
필자는 그것을 신기하게도 믿었다. 활처럼 휘어진 나무 조각 하나를 하늘로 던졌을 뿐인데, 그것은 허공에 맴돌다 다시 필자 손으로 돌아왔다. 이토록 기이한 일이 가능한지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저 “돌아온다”는 사실로 충분히 신기했고, 조금은 감동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설명되지 않는 일들은 있다. 부메랑이 돌아오는 일도 그중 하나였다. 시간이 흐르고, 과학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비행 역학, 회전 운동, 공기 저항, 양력 등이었다. 부메랑은 구조적으로 돌아오게 설계된 비행체이며, 제대로 던지기만 하면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필자는 이 작은 비행체를 사유해 봤다. 
 
돌아오는 부메랑을 바라볼 때마다 떠오르는 질문 하나는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마주친 ‘되돌아오는 것들’은 물리학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말, 눈빛, 편지, 사람, 계절, 마음 등이 그렇다. 이런 것들은 늘, 시간이 한 바퀴를 돌고 난 뒤에야 조용히 다시 찾아왔다. 왜 돌아왔을까. 어디까지 멀어져야 돌아올 수 있는 걸까. 왜 우리는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가.
세상은 직선처럼 보인다. 우리는 태어나고, 자라고, 사랑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며 앞으로 나아간다.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언제나 저 멀리에 있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토록 멀리 던졌던 마음이, 말이, 사람이, 삶이 다시 나를 향해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것은 후회일 수도 있고, 추억일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엔 삶에 대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부메랑은 말한다. 모든 것은 굽어 있다. 직선처럼 보이더라도, 그 안에는 곡선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 있다. 마음도 그렇고, 인연도 그렇다. 멀리 던졌던 감정이 돌아오는 이유는,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애써 외면했던 진심, 무심코 흘려보낸 사랑, 끝났다고 생각했던 관계, 그 모든 것이 언젠가 한 번쯤은 되돌아온다. 곡선이 만드는 삶이다.
어쩌면 우리는 늘 부메랑처럼, 멀어졌다가 돌아오는 여정을 반복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던진 것만이 돌아온다는 사실은 안다는 것은 사유를 하는 힘이다. 아무렇게나 던진 부메랑은 아무 데로나 날아가 버린다. 사람도, 말도, 사랑도 그러하다. 애정을 담고 던진 것만이 나를 찾아 되돌아온다. 그리고 때때로, 그것이 돌아왔을 때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이것이 진짜 내 것이었음을.
어른이 되고 나서, 필자는 더 이상 부메랑을 던지지 않는다. 대신 다른 것들을 던진다. 말을 던지고, 감정을 던지고, 어떤 날은 꿈을, 어떤 날은 사람을 던진다. 그리고 잊는다. 그런 게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바쁘게, 무심하게,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문득, 어딘가에서 조용히, 내가 던졌던 것이 돌아온다.
부메랑은 공기 속을 날지만, 마음속 중력에 끌려 돌아온다. 그것이 우리 기억이고, 사랑이고, 삶이다. 우리는 매번 무언가를 던지지만, 진짜 중요한 것들은 언젠가 돌아온다. 어쩌면 그것이 ‘제자리’라는 말이 담고 있는 깊은 뜻일지도 모른다.
그곳은 단순한 출발점이 아니라, 모든 의미가 다시 모이는 곳이다. 그리고 필자는 오늘도 누군가 마음이 되돌아오는 소리를 듣는다. 휘익~~~ 하고. 그건 꼭 오래된 노래처럼 들린다. 갑자기 골목 어귀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처럼. 익숙하지만 오래되어 낯선, 하지만 분명히 '내 것'이었던 무언가. 돌아오는 것들은 대부분 내가 정성껏 던졌던 것들이다. 
 
그땐 몰랐지만, 힘을 주어 보냈고, 마음을 담았고, 미련을 심었다. 그래서 돌아온다. 정확히는, 되돌아온다기보다, 나를 다시 찾아온다. 모든 게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는 일. 그것은 복원이라기보다, 회복이다. 잃었던 조각들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일. 어쩌면 우리는 부메랑을 던지는 법보다, 기다리는 법을 더 배워야 하는지 모른다. 
 
돌아오지 않을 것을 억지로 붙잡지 않는 용기. 돌아오는 것을 조용히 맞이할 수 있는 마음. 그 사이에서 사람은 조금 자라고, 조금 상처받고, 조금 더 단단해진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바람을 가르며, 무언가가 돌아온다. 휘익~~~ 그건 아주 오래전에 필자가 던진, 필자가 가지고 있었던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