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을 직접 실행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방한에 맞춰 한미 고위급 통상협상이 16일 제주에서 열린다.
 
오는 10∼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유행 속에 원활한 무역을 위한 공조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이번 회의 기간 한미 고위급 양자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미중 간의 양자회담 가능성도 높아 관심이 쏠린다.14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오는 15∼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리는 APEC 통상장관회의에 21개 회원국 통상장관을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고위급이 대거 참석한다. 참석자들은 이틀간 무역 원활화를 위한 혁신, 다자무역체제를 통한 연결, 지속가능한 무역을 통한 번영 등 3개 의제를 놓고 세션별 토의를 이어간다.미국 측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측에서 리청강(李成鋼)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이 각각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대외적으로 '통상장관' 직함을 가진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대표로 나선다. 다만, 통상 정책 수장인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16일 제주를 방문해 그리어 대표와 한미 양자회담을 진행할 계획이다.이번 회의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통상 관련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시기적으로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열려 주목받고 있다. 주요국 통상 수장이 대거 모이는 자리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회의장 밖에서 미중, 한미, 한중, 한일, 미일 등 다양한 조합의 양자회담이 활발하게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우선 지난 12일(현지시간) 전격 합의를 도출한 미국과 중국의 '제네바 협상' 주역인 그리어 대표와 리청강 부부장이 모두 제주를 찾아 얼굴을 맞댈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제주에서 미중 양자회담을 통해 양측이 추가 관세 인하나 수출통제 등과 관련한 진전된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미중은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회담에서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90일간 각각 115%포인트(P) 내리기로 합의하고 대중, 대미 관세를 각각 30%, 10%로 낮추기로 했다.한미 통상 수장 간의 양자회담 일정도 확정됐다. 지난달 워싱턴 '2+2' 통상 협의 이후 실무선에서 관세 등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한미 통상 당국은 현재 관세·비관세,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제를 좁혀가며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그러나 미국이 한국은 물론 중국, 인도, 일본 등 18개 주요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병행하는 등 물리적인 여건으로 협의에 속도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제주 회의를 통해 고위급 양자회담 기회가 마련되는 만큼, 7월 8일을 시한으로 협의 중인 '줄라이 패키지' 타결을 위한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