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재현이라는 한 가지 신념을 향한 일평생의 집념과 사명감으로 5대째 도예 명가의 맥을 잇고 있는 해겸 김해익(70) 선생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 도자기의 변천을 보여줄 전시가 열린다.‘한국 도자 연대기’라는 주제로 토기부터 자연유· 녹유· 청자· 분청사기· 백자에 이르는 우리나라 도자기의 발전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회가 오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 스페이스Ⅱ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경상북도 최고장인’ 김해익 선생의 탁월한 작품 세계를 한국 도자 역사와 접목해 그 위상과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문화예술 기획사 해리하우스(대표 양희송)가 기획했다. 고려청자 재현에 순일하게 매진해온 해겸 선생은 경주 건천에서 5대째 가업으로 도자기를 구워온 도공 집안에서 태어나 17세 때부터 물레를 돌리며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토기와 청자, 분청, 백자 등 우리의 전통 도자기들을 연구해왔다. 이번 전시는 선생의 작품을 비롯, 100여 점이 출품되는 전례 없는 대형 전시회로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5일간의 초벌구이를 거쳐 21일간 꼬박 장작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워내는 해겸 선생의 ‘고화도 환원소성’ 불때기 방법은 세계적으로도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선생의 유일무이한 불때기비법을 통해 탄생하는 청자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현대 청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선생의 청자는 박물관에서 만나는 고려시대의 청자, 즉 비색(翡色)과 상감(象嵌)으로 대표되는 고려 청자와 매우 닮아있다. 역사문화유산이 넘쳐나는 경주는 이 도시가 지닌 도자 역사의 중요성과 위상에 그간 주목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주박물관의 전시장과 수장고에는 토우장식 항아리(국보 제195호), 오리모양 토기를 비롯, 뛰어난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 즐비하다. 또 경주는 도자 역사에 가장 고급한 기술인 ‘고화도 환원소성’ 불기술이 완성된 곳이다. 경주가 세계 도자사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로 알려진 중국의 경덕진을 앞서는 세계적인 도자 도시이자 ‘한국 도자문화의 본향’으로 그 위상이 제대로 조명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해겸 선생은 “청자를 완성하는 모든 기술의 집약은 경주에서 만들어졌다. 최고의 도자기를 발전시킨 흔적을 남겨놓은 자리가 경주라고 생각한다”며 “청자 최고의 비색은 고도의 불때기의 비법에서 연유하고 그 비법을 터득하기까지 평생이 걸렸다. 그 정품을 제작해내는 기점을 올해로 삼고 있어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양희송 대표는 “이번 전시를 통해 경주시민뿐만 아니라 2025APEC정상회의를 맞아 경주를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한국 도자문화의 본향’으로 경주의 위상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개인 소장자들에게 협조를 구해 진품 고려청자와 중국 도자기 등을 비교 전시하고 비색 청자만 아니라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의 청자 색상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전시 기간 중, 경주박물관에서는 올해 초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려 큰 반향을 일으켰던 ‘상형청자 특별전’이 개최되고 있어, 과거의 진품 고려청자와 해겸 선생의 작품을 견주어 보며 우리 도자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 기획사인 해리하우스는 전시 연계 행사도 진행한다. 우리 도자기의 기능적, 예술적 우수성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전시 기간 중 해겸의 다기를 사용해 한국차를 마시는 프로그램을 매일 오후, 2시간씩 제공한다.
또 전시 기간 중 24일과 31일, 2회에 걸쳐 해겸도요에서 진행되는 장작가마 불때기를 직접 방문해 참관할 수 있도록 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운영한다. 프로그램 참가 신청은 www.harryhouse.co.kr, 또는 전화(0507-1385-7180)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