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수와 수출 부진 상황을 진단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상반기 0.3%, 하반기 1.3%)로 전망했다. 지난 2월 발표했던 전망치가 1.6%였으니 석 달 새 절반 수준으로 내린 셈이다. 국책 연구기관의 특성상 경제전망에서 민간기관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던 KDI가 석 달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반 토막 낸 것은 충격적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속속 내리고 있지만 국내 연구기관 중 0%대 전망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해왔지만, 현 국면은 복합위기의 특성을 보여 해법이 쉽지 않다. 우리 경제는 현재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미국 관세 충격에 따른 수출 부진, 구조적 요인에 따른 성장잠재력 침체 등 대내외, 장단기 요인이 동시다발적이고 복합적으로 몰아닥친 형국이다. 금융시장에선 환율과 주가, 금리가 수시로 급등락하고, 수출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 더구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정부 사령탑마저 공석인 상황이다. 내달 초 대통령 선거 후 출범할 차기 정부는 이런 경기의 급하강 국면 속에서 첫발을 내딛게 된다. 과거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의 한파 속에서 출범했고 이명박 정부는 첫해부터 금융위기라는 태풍에 직면했지만 차기 정부도 과거 위기에 못지않게 팍팍한 경제 여건 속에서 키를 잡고 파도를 헤쳐 나가야 한다. 얼어붙은 투자·소비 심리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하고 한 달 안에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매듭짓고 수출을 회복시켜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경제 회생의 적임자를 자처하며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저게 될까' 싶은 공약이 한둘이 아닌 데 무슨 돈으로 어떻게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아무도 말하지 않으며 국가 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전략과 비전을 말하는 후보도 보이질 않는다. 차기 정부가 경기회복과 중장기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비상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뒷걸음질하는 경제가 우리의 '뉴노멀'(New Normal)이 될지도 모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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