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정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전혀 새로운 주장을 내거나 그동안 줄곧 엉뚱한 생각을 해왔다는 진실이 밝혀진다면 얼마나 허탈하고 배신감을 느끼겠는가. 참 현실적으로 버거운 상황이다. 그런 경우는 가정이나 직장이나 커뮤니티나 언제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한 침상을 함께 쓰는 부부나 밥상머리에 둘러앉은 형제, 같은 테이블에서 늘 머리를 맞대며 회의를 하던 동료들이 전혀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집단은 심하면 파국을 상상할 수도 있게 된다.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 캠페인이 뜨거워지면서 대화의 상당 부분은 정치라는 주제를 담게 됐다. 정치적 입장은 참으로 예민하다. 명절 때 차례상을 차려두고 정치 얘기로 형제지간에 드잡이까지 했다는 사례는 심심찮게 들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그 대화는 오죽 심각하고 진지할까. 더러는 대화 도중에 서로 다른 주장을 하다가 자제의 실밥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우리 사회에 정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를 짐작할 수 있다.이번 대선의 승패는 이미 어느 정도 갈린 것 같다. 결정적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은 정권을 다시 민주당으로 넘겨줘야 할 판세다. 선거는 승리를 위해 목숨을 걸다시피 한다지만 선거가 끝나고 난 후를 생각한다면 서로를 물어뜯는 진흙탕 싸움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선거는 과거보다 후보자들끼리 극단적 비방은 없는 분위기다. 비상계엄으로 발생한 조기 대선이니만큼 귀책 사유가 있는 국민의힘이 크게 할 말은 없어 보이지만 한밤중에 대선후보를 갈아치우고 다시 원상회복하는 소동을 치렀으니 우리 선거사에 다시 못 볼 진풍경은 경험한 셈이다.선거 이후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경제가 형편없이 무너지고 외교가 꼴불견으로 전락했고 대북 관계는 매듭을 풀 수 없을 것 같이 꼬였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차기 대통령이 냉정하게 현실을 판단하고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둘 해결해 나가겠지만 결국은 국민의 통합이 최우선 과제인 것 같다. 이념, 연령, 지역으로 나뉜 민심을 수습하고 한길로 매진하지 않는다면 형편없이 헝클어진 나라를 정돈하기에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한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눌 수는 있지만 그것이 조화롭게 버무려지고 존중되지 않는다면 미래가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Simon&Garfunkel의 노래 ‘The dangling conversation’은 우리가 겪고 있는 동상이몽의 위험을 분명하게 짚어준다. ‘It's a still life watercolor/Of a now-late afternoon/As the sun shines through the curtain lace/And shadows wash the room/And we sit and drink our coffee. 수채화로 그린 정물화처럼/늦은 오후의 커튼 레이스 사이로/햇살이 비치듯이 그림자가 방을 씻어낸다/그리고 우리는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 얼마나 평화롭고 정겨운 풍경인가. 하지만 그 평화의 퍼즐에는 반전이 있다. ‘In the dangling conversation/And the superficial sighs. 엇갈린 대화 속에/피상적인 한숨이 풀풀 날린다.’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닌가. 우리의 삶이 표면적으로는 비교적 안정됐고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밥은 굶지 않을 정도의 경제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동상이몽을 하고 살아간다면 그 파국은 언제 급습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And you read your Emily Dickinson/And I my Robert Frost/And we note our place with book markers. 당신은 당신의 에밀리 디킨슨을 읽고/나는 나의 로버트 프로스트를 읽는다/그리고 우리는 북 마커로 우리의 위치를 기록한다.’ 에밀리 디킨슨과 로버트 프로스트의 세계가 얼마나 다른지 안다면 그것을 읽은 각자가 자신의 철학적 북마크를 한다면 우리의 세계가 조화를 이루기 쉽지 않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것이다.문제는 자신의 세계가 무조건 옳다고 고집하는 것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합과 통합을 관용어처럼 외쳐대지만 우리의 고착화 된 사고체계를 고치지 않는다면 그 외침은 공염불이다. ‘Like a poem poorly written/We are verses out of rhythm/In syncopated time/And the dangling conversation. 마치 서투르게 쓰인 시처럼/우리는 리듬에 맞지 않는 구절이다/동기화된 시간 속에서/엇갈리는 대화들처럼.’오랜 과제다. 인류가 겪는 가장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다. 개성이 각기 다른 인간 군상이 모습과 색깔이 다른 사고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것을 충분한 공감과 대화를 통해 조화해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의 역사는 늘 불완전하게 엇갈린 채 공회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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