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에 대한 감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지금도 산소 카페가 자연을 노래하기 때문이고/ 찬물에 밥 말아 된장 푹 떠먹어도 부러울 게 없던 시절/ 피난 지세의 산세 속 손바닥만 해도 내 것이 원이던 사람들/ 뼛속 사리도 키울 힘으로 내리사랑 이어내며/ 가난이 낸 숙제 거뜬히 해내고’ -신순임, ‘친정 가는 길 4’ 중에서. 양동마을 고택 무첨당의 안주인인 신순임 시인이 일곱번째 시집 ‘친정나들이·둘(인문학사)’을 냈다. 신순임 시인은 조선시대 성리학자이며 문신이었던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 종가인 양동마을 무첨당 종부로 고택의 살림과 관리를 하는 틈틈이 고택 주변을 스케치하고 글과 사진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제목에서 유추되는 것처럼 ‘시인의 말’에서도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전한다.시인의 말에서 그는 ‘고향은 현명한 리더로서 현실 일깨워 애향심 북돋우니 시공 초월하는 친정 나들이는 시집간 딸에게 든든한 배경’이라며 ‘가난이 낸 숙제 거뜬히 해낸 시간 돌아보며 고향과 친정에 고개 숙여 경의 표한다’고 썼다. 시집은 제1부 ‘친정 가는 길’, 제2부 ‘두문동재를 넘으며’, 제3부 ‘농사를 지으며’, 제4부 ‘아부지가 빌린 힘’ 등으로 나눠 총 50편의 작품을 싣고 제5부에는 ‘아부지와 미룬 여행’ 등 산문 두 편도 담겼다. 산문 ‘아부지와 미룬 여행’에서는 아버지의 기억을 더듬어 미뤄 왔던 고향의 역사 탐방 문화 기록의 여행을 다뤘다.신 시인은 부모와 여행 한번 못해본 자신을 돌아보며 명가의 종부로서 법도를 가르친 '아부지'에 대한 절절한 사모의 정을 표현했다. 또 유교적 삶의 절도와 예법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많이 흐려지고 있는 현실의 모순 속에서도 한 번도 아버지의 당부를 거역하지 않고 법도와 격식을 지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 놓았다. 여기에 유교 사상에 젖어 여자들에게 불리했던 세태에 대한 아쉬움과 통탄의 마음도 잘 드러나 시대상도 들여다볼 수 있는 서사시 형식을 띠고 있다. 또 우리 고유의 명절과 신앙 등도 시어로 되살려 다시금 그 시절을 돌아보며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해서도 찬찬히 살펴보게 한다. 친가 시가 모두 대명문인 신순임 시인의 상황과 그 삶의 역정에 공감할수 있고 감동을 주는 시들로 엮은 것이다. 시인은 “특히 고령의 부친이 생사의 여러 고비를 넘기는 위중한 상항 속에서 가르침을 받고 보고 겪고 실천한 유가(儒家)의 정신과 전통을 기록해 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전한다.시인은 600년 대물림된 아버지의 삶과 기억이 가문의 정신사이고 전고(典故)인데 병석에 계신 아버지와 진작 함께 더 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명문(名門)의 굴곡진 역사, 학풍과 문화유산(종택, 서원, 향교, 정자 등), 미풍양속, 절기에 따른 농가의 생활상, 세시풍속과 전통놀이, 고향 청송의 토속어와 사투리 등을 시의 형식으로 가꾸고 품어냈다. 그는 친정을 고향, 이미 친근감이 밴 고향 사람들과 유적, 고택, 문화, 주변의 온갖 현상들을 향한 기행을 친정 나들이에 비유해 시로 창작한 것이다. 한편, 산업자본주의 지향으로 고향의 이미지와 수반하는 인간의 가치, 참된 가치의 사라짐을 속 깊이 아쉬워하는 글들도 눈에 띈다. 조명제 평론가는 “시인이 친정을 자주 찾는 것은 노친을 찾는 것 외에도 청송의 언어를 채집하기 위해서”라며 “토박이 언어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각 지방의 언어살이를 통해 말의 새로움과 신기함 정겨움과 재미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신순임 시인은 경북 청송 출생, 월간 조선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현재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무첨당의 오월’ ‘앵두세배’ ‘양동물봉골이야기’ ‘양동물봉골이야기 둘’, ‘친정나들이’, ‘탱자가 익어 갈 때’ 등 6권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