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동안 주요선거에서 사전투표 관리 부실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으나 우이독경이다. 제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투표소 외부로 반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발단은 선거관리인이 관외 투표자가 대거 몰리자 내부 대기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외 투표자 30~40명이 본인 확인을 거치고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수령한 뒤 투표소를 이탈하면서 발칵 뒤집혔다. 일부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들고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용지를 교부받고 기표를 기다리던 선거인이 투표용지를 사진으로 찍고, 투표용지를 들고 인근 식당에 간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문이다. 식당에서 돌아온 선거인 투표자에 대해서 추가로 신분증 확인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문제다. 선관위 해명은 “이날 오전 해당 투표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사전 투표를 해서 인원이 많이 몰렸다”고 했으나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겼던 선관위가 또 변명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표 관리 부실이 되풀이되면서 선거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도 선관위의 허술한 관리·감독 체제는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치러진 2022년 3·9 대선에서 코로나 확진·격리된 유권자들이 기표한 사전 투표용지를 소쿠리, 라면 박스, 비닐 쇼핑백 등에 모아 옮긴 다음 투표함에 넣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유튜버 등에 의해 전국 사전투표소 40여 곳에 몰래 카메라가 설치됐으나 선관위는 모르고 있었고 경찰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선관위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수차례 약속했지만, 관리 부실은 해가 바뀌어도 시정되지 않고 꼬리를 물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투표 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겼던)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의 재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저희의 잘못으로 혼선을 빚게 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가뜩이나 일부 계층이 부정선거를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사건으로 선관위가 또 도마위에 올랐다. 투표용지를 소쿠리로 옮긴 선관위가 이번에도 대형사고를 내면서 선관위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