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밖으로 나온 ‘춘심이’가 전시 공간을 가득 메운다. ‘행복한 여자 춘심이’로 널리 알려진 이철진 작가의 예술 세계를 한 단계 확장한 전시가 열린다.
 
동양의 사의화, 서양의 표현주의, 그리고 순수한 감성의 나이브 아트가 만나는 이번 전시는 경주솔거미술관 초대개인전으로, 이달 30일까지 새로운 입체 설치작품도 선보인다.
이철진 작가는 동양화의 사의적 정신과 서양 표현주의의 감정적 접근을 바탕으로 작업해왔지만 그 뿌리에는 나이브 아트(Naive Art)의 진정성과 순수함이 자리하고 있다. 복잡한 기법보다는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표현을 통해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려는 그의 작업은 오히려 보는 이와의 깊은 교감을 이끌어낸다. 특히 대표작 ‘행복한 여자 춘심이’ 시리즈에서 그러한 정서적 울림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이번 초대전은 이 작가의 예술 세계를 더욱 확충한 전시로 기존 평면 작업을 넘어 우드를 접목한 입체 설치작품들을 통해 화면 밖으로 나온 ‘춘심이’가 새로운 양상으로 펼쳐지는 전시다. 200호 대작과 함께 입체작품 14점, 평면 20점을 선보이며 단순한 회화의 평면을 넘어 공간으로 나와 관객과 마주한다.작품은 전시장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듯한 강렬한 색채감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핑크, 레드, 옐로우, 블루 등 원색 위주의 색감은 시각적인 에너지를 전하며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작가의 붓질은 자유롭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감정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방식은 나이브 아트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다. 붓의 흔적 속에서 삶의 다양한 감정들이 숨 쉬고 있으며 그 안에는 소박하지만 강렬한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패턴과 텍스처, 꽃과 장식 요소들은 화면 속에서 다층으로 겹쳐지며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가까이서 작품을 들여다보면, 춘심이의 얼굴에 머문 미소 속에서 따뜻한 감정과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묻어난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톤이 우세한 작품들은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번 전시는 단지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관객에게 정서적 안식을 전하는 감성의 정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나이브 아트의 힘, 감성의 진실성, 그리고 삶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철진 작가의 작품은 분명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이철진 작가는 이번 초대전을 포함해 지금까지 개인전 50회, 국내외 아트페어 30여 회, 단체전 400여 회 등 왕성한 전시 활동을 펼쳐왔다. 또 구룡포 벽화 프로젝트 감독, 대구경북웹툰아트페어 전시감독, 대구미술대전, 부산미술대전 등의 심사위원을 역임하며 지역 미술계의 흐름을 이끌어왔다. 현재 포항예술고등학교 미술학부장으로 재직 중으로 후학을 양성하며 교육과 창작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