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그저 3만 원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삶을 지탱하는 희망이 됩니다.”    경산시는 시민과 기업, 민간·공공기관이 하나 되어 제도권 복지의 한계를 넘는 ‘따뜻한 돌봄의 연결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며 서로를 지키고 있는 이 도시. 복지의 의미가 다시 쓰이고 있다. ◆ 아너소사이어티, 고액 기부자들의 책임있는 리더십   경산에는 조용히 1억 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들이 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그들의 모임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이 고액기부자 모임에는 2025년 현재 기준으로 경산에서 15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기부를 통해 지역에 희망을 심는 사람들이다. 단순한 기부자가 아니라 지역 나눔 문화를 견인하는 상징적인 존재다. 최근 경산의 제15호 아너 회원으로 등록한 한 사업가는, 자신이 걸어온 삶을 되돌아보며 기부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전했다.    “오래 전부터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분들을 보며 언젠가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받은 도움을 되갚는다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내일에 작은 희망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아너 회원들의 기부는 금액이 아니라 태도에서 출발한다. 지속적인 실천, 가족과의 나눔 공유, 그리고 주변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 그 모든 것이 지역 사회에‘함께 사는 방법’을 일깨운다.    경산에서 아너소사이어티는 숫자가 아니라 문화의 지표다. 한 명의 기부는 또 다른 기부로 이어지고 나눔은 그렇게 삶 속에 녹아든다. 이들은 말한다. "기부는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입니다.”    ◆ 기부는 축제처럼, ‘기부데이 한마당’에서 피어난 마음들   지난해 10월 26일, 경산실내체육관은 평소와는 다른 온기로 가득 찼다. 이날 열린 ‘기부데이 한마당 축제’에는 약 2000여 명의 시민이 발걸음을 모았다. 착한경산人 표창, 체험부스, 문화공연, 프리마켓까지, 기부는 어느새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따뜻한 일상이 되고 있었다.   축제 한켠 ‘나눔 포토존’ 앞에는 한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는 작은 봉투를 기부함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 봉투에는 이렇게 적힌 손글씨 메모가 붙어 있었다.    “우리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남의 아이도 행복했으면 해요.” 기부의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위로하기 전에 먼저 내 아이가 웃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그 따뜻함이 낯선 아이에게도 닿기를 바라는 마음. 그날의 경산은 숫자와 성과보다 중요한 걸 보여줬다.   ‘나눔은 공감이며, 결국은 사랑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그렇게 경산은 기부를 하나의 축제 문화로 자리잡게 했다. 함께 웃고, 함께 나누는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선행이 아니라 모두의 삶이 조금씩 더 따뜻해지는 경험이 쌓여가고 있었다. ◆ 사랑나눔사업, 제도 밖 마음 가까이 닿는 손길   복지에는 틈이 있다. 정부의 지원이 닿지 않는 그 작은 틈새를 메우는 건, 경산시의 ‘사랑나눔사업’이다. 이 사업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위해 민간 기부로 운영되는 경산만의 복지안전망이다.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상처를 조용히 감싸주는 손길이다.    정기 기부자들의 후원금은 의치지원, 생계비, 주거비 등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곳에 사용된다. 가끔은 도시가스를 다시 연결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오랜만에 아이 몸을 씻겼어요.” 실직과 질병으로 난방이 끊긴 한 가정. 한겨울 찬물만 나오는 집에서 몸을 움츠리던 아이는 기부자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다시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었다. 그 짧은 말 한 줄이 이 사업의 의미를 온전히 설명해준다.    사랑나눔사업은 법령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이 도시가 함께 만들어 낸 선택이다. 공적 제도가 멈춘 곳에서 이웃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조용한 기적. 경산은 그렇게 제도 밖에서 마음 가까이 닿는 복지를 실천하고 있다. ◆ 착한가게·착한일터 '나눔은 업으로, 일상으로'   경산의 거리를 걷다 보면, 조그만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문구점, 미용실, 분식집, 커피숍. 어느 곳이든 유리문 어딘가에 작게 붙은 ‘착한가게’ 스티커. 이 현판은 그곳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매출의 일부, 매월 3만원 이상을 나눔으로 돌려주는 가게임을 말해준다.    2023년 한 해에만 159개소가 새로 참여하며 현재 경산에는 총 805호의 착한가게가 운영되고 있다. 작은 수익이 모여 큰 위로가 되는 기적. 이곳의 나눔은 캠페인이 아니라 장사하는 이들의 마음가짐이자 업의 철학이다. 직장인들도 함께한다.    ‘착한일터’는 기업의 임직원이 매월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떼어 기부하는 방식으로 지금 경산에는 74개소의 착한일터가 일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누군가는 점심시간 도시락을 먹으며 누군가는 퇴근 전 월급명세서를 열어보며 자신의 기부가 또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걸 떠올린다.    경산에서 나눔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가게에서 일하는 일상, 사무실에서 보내는 하루 속에 기부는 루틴이 되었고 기부자는 이 도시의 평범한 시민이 되었다.   ◆ 나눔으로 극복하는 도시, 함께만드는 미래 경산시는 두 개의 큰 흐름을 마주했다. 하나는 저출생이라는 시대적 과제였고 다른 하나는 지역사회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복지의 틈이었다. 그리고 그 두 과제 앞에서 경산은 시민이 먼저 움직이는 도시가 되었다. 저출생 극복 캠페인에서 경북 22개 시군 중 1위를 기록한 건 단지 평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성과는 경산이라는 도시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존재’로 인식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증거였다. 누군가의 출산이, 한 가정의 기쁨을 넘어 사회 전체의 환영이 되는 분위기. 그것이 바로 경산이 만들어낸 ‘연대형 가족문화’였다. 이 흐름은 ‘희망2025나눔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총 11억 3800만 원, 그 숫자 뒤에는 수많은 손길이 있었다. 퇴근길에 기부봉투를 건넨 직장인, 하루 매출의 일부를 기꺼이 떼어놓은 자영업자, 아르바이트비 중 5000 원을 꺼낸 청년까지. 경산의 캠페인은 거대한 후원이 아닌 작은 나눔의 물결이 이어진 집단적 연대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 모금액은 다시 지역사회로 되돌아갔다.    전기료가 밀려 냉방조차 하지 못하던 독거 어르신의 집에 시원한 바람이 돌고, 학교를 포기하려던 청소년이 장학금으로 학업을 이어갔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던 가정은 기부금으로 삶을 다시 일으킬 시간을 얻었다. 두 캠페인은 서로 다른 이름을 가졌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은 하나였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함께 풀어간다.” 출산과 복지라는 국가적 과제를 행정에만 맡기지 않고 시민과 기업, 공공기관, 단체가 자발적이고 구조화된 나눔으로 대응한 것이다. 그 속에서 경산은 기부를 ‘선택’이 아닌 ‘문화’로 만들었다.    이 도시에서 나눔은 점점 특별함을 잃어가고 있다. 그 말은 곧, 나눔이 일상이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 해본다. 경산은 지금, 대한민국 지방도시 가운데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공동체의 길을 다시 쓰고 있는 도시다. 그 길의 이름은 ‘함께’, 그 시작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오늘도 또 하나의 기부로 이어지고 있다. ◆ 시정의 중심에 '사람'을 두고 조현일 시장은 신년사에서 '5H 비전'을 제시했다. 희망(Hope), 조화(Harmony), 행복(Happiness), 건강(Health), 사람(Human)이라는 다섯 가치 속에는 경산시가 지향하는 나눔 공동체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람 중심의 열린 시정’을 약속한 시장의 메시지는 오늘의 기부문화와 맞닿아 있다. 복지는 정책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믿음. 경산은 지금 그 믿음을 실천하고 있다.2025년 경산은 '사탈고피'(蛇脫故皮), 뱀이 허물을 벗듯 과거를 딛고 성장의 새 껍질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장은 ‘사람을 위한 시정’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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