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 미술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후지시마 다케지의 흰 저고리를 입은 앳된 조선 여인의 초상화 등 조선의 인물과 풍경을 그린 일본 근대 화가들의 작품이 포항 구룡포에서 특별 전시되고 있다.이번 전시는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한 특별 전시로, 당시 시대상과 미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후지시마 다케지 외, 일본 미인화의 대표 작가 야마카와 슈호가 그린 조선 부인의 목판화는 요절한 그가 남긴 단 한 점의 조선 여성 그림으로, 일본 유형문화재급 희소가치를 담고 있다. 또 야마다 신이치의 ‘소록도 풍경’ 외에도 특히 이번 전시회에 출품하는 한국인 화가 홍우백은 동경미술학교 출신 야마다 신이치의 제자기도 하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을 대표했던 거장들의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미술에 큰 영향을 준 스승과 제자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기회로 보인다.작가 미상의 작품 등 전시된 50여 점의 작품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인물과 풍경을 담고 있어 평소 보기 어려운 작품들이다.
이 특별한 전시를 기획한 구철회 씨는 20여 년간 근대미술 작품을 수집해 온 이로, 이방인의 눈으로 본 당시 조선의 모습을 엿보고 문화예술로서의 의미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생활했던 일본인 화가와 미술교사 및 조선미술전람회 심사위원위원으로 조선을 방문한 일본인 거장이 그린 조선의 풍경, 인물 작품 8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구 씨는 “구룡포의 일본인 가옥거리가 건축된 시기와 이번 전시 출품 작품이 그려진 시대가 동일한 것 같아 의미가 깊다. 더구나 일본 화가들이 그린 조선의 풍경이기 때문에 구룡포가 전시하기에는 적절한 장소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근대미술가들이 그린 조선의 인물 풍경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문화예술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이어 경주 APEC 정상회의 시기,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에 맞춰 보문에서의 특별전 개최도 제안했다. 해방과 6.25 전쟁을 거치며 무참히 사라진 그 당시의 기록들, 이들 작품은 희소가치뿐만 아니라 근현대 한국 미술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도 소중한 단서가 되고 있다.일제강점기 당시는 미술을 배우는 시점이다보니 현재, 근대미술품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측면에서 근대미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술의 기초를 다지는데 기여한 이들의 작품이어서 더욱 귀한 전시라 볼 수 있겠다.조선에서 생활했던 일본 근대미술가가 그린 근대조선의 풍경, 인물 작품 등이 일본인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소홀히 취급돼 현전하는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본 화가들이 그린 조선의 시간, 그 역사적 기록이 담긴 작품들은 6월 22일까지 포항 구룡포 과메기문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