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으로 표현되는 일본의 장기 저성장·저물가 시대를 닮아가고 있다는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후 한국 고속성장의 주축인 수출을 뒷받침해줬던 글로벌 통상질서가 최근엔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인해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이 됐다.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됐고 부동산 부문에 거대하게 쌓인 가계 빚 때문에 민간 부문의 레버리지 비율은 일본에서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아예 각국의 물가, 부채, 생산연령인구 등 10개 항목을 평가해 1990년대 일본 경제상황과 얼마나 닮았는지를 알기 쉽게 지수로 만들어 발표했다. 주요국의 장기 저성장 위험 정도로 해석되는 이 '일본화 지수'(Japanification Score. 작년 기준)는 한국이 6점이었다. 10점(만점)에 가까울수록 일본과 비슷하다는 뜻이니 6점이면 위험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한국의 5년 평균 생산연령인구 증가율은 -0.9%로 주요국 중 가장 낮았고 민간부채 비율도 평가대상 국가 중 2위였다.잠재성장률 하락과 장기 저성장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항상 구조 개혁과 성장잠재력 확충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이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진행돼 왔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단기에 해결할 수도 없는 과제이므로 예산책정이나 정책대응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경기가 급강하해 단기 부양이 급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하지만 경기대책이 현금 살포와 부채 탕감 등 단순 지원에만 그친다면 구조개혁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개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은은 과거 일본이 인구문제에 제때 대응했다면 2010∼2024년 성장률이 평균 0.6%포인트 상승했을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구조개혁에 성공하면 2040년대 후반 0.6%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이는 잠재성장률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적 시장주의'는 단기 경기대응 정책뿐 아니라 경제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 그리고 그를 뒷받침할 경제개혁의 로드맵도 포함되어야 한국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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