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벨퍼센터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인공지능(AI) 등 5개 첨단기술 분야 순위에서 한국은 종합 5위를 차지했다. 세계 25개국 중 5위면 나쁘지 않으나 첨단기술 개발경쟁과 한국 산업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 한국이 5개 분야에서 얻은 총점수는 20점으로, 1위 미국(84.3점), 2위 중국(65.6점), 3위 유럽(41점) 등과 격차가 크다. 반도체가 5위로 비교적 높았지만 AI는 9위, 바이오는 10위, 양자(12위), 우주(13위)는 10위 밖이다. 첨단 기술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가열되는 가운데 관련 분야의 우리 기술 수준이 중국 등에 밀리고 있다는 진단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첨단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며 우수 인력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데 벨퍼센터는 국내에선 이공계 인력의 의대지원 편중으로 인해 재능있는 인재가 부족하다고 뼈아프게 지적했다. 앞서 올해 초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국내 전문가들에게 설문한 결과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됐다는 진단이 나온 바 있다. 중국은 이미 2015년에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의 1단계인 '중국제조 2025'를 만들어 제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이어 반도체와 신소재 등을 육성하기 위한 새 국가산업전략을 만들고 있다. 이미 중국은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챗봇을 개발해 내놓은 데 이어 5분 충전이 가능한 비야디(BYD)의 전기차 등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이 AI용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등 견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재명 정부는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대통령실에 'AI 미래기획 수석실'도 신설하는 등 첨단 기술개발과 산업육성에 각별한 의지를 보였다. 남보다 앞선 기술개발과 첨단제품 생산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승자'가 결국 시장을 독식하는 시대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저성장국면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첨단기술 개발과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통해 첨단기술 개발과 제조업 굴기를 주도할 구체적 로드맵과 실행전략이 나오길 기대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