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원유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서울 휘발윳값이 1700원을 넘는 등 국내 유가도 상승세로 전환됐다. 원유의 70% 이상, 액화천연가스(LNG)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수급 불안과 물가 급등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경제·산업 전반에 '오일쇼크' 재현 우려가 나오고 있다.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일 대비 L당 9.70원 오른 1706.22원이다. 서울은 지역별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2.08원 상승한 1632.35원이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도 오르고 있다. 전국 평균 가격은 2.38원 오른 1494.94원, 서울은 9.18원 증가한 1584.55원을 기록했다.국내 유가는 지난주까지 5주 연속 하락했으나,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이번 주부터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날 상승세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지연, 캐나다 산불 원유 공급 차질 우려 등 상승 요인을 반영한 것으로,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요인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최소 1∼2주는 국내 주유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국제유가가 더 오른다면 국내 기름값의 상승 폭도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이날 오후 2시 기준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12% 오른 배럴당 73.80달러, 8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0.67% 상승한 배럴당 74.90달러에 거래 중이다. 두 유가 선물 가격은 이날 각각 6.18%, 5.5% 급등 출발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상승 폭을 줄이는 모양새다.국제유가가 요동치자 한국 정부와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만큼 확전 여부 등에 따라 원유시장이 추가로 출렁일 수 있다. 특히 에너지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휘발유·가스 가격 인상은 물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전반의 인상 압력에 놓일 수 있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유가 10% 상승 시 기업 비용은 제조업 평균 0.67%, 서비스업 평균 0.17%, 전 산업 평균 0.38%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산 원유를 들여와 가공하는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시 불이익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기업 역시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겪을 수 있다. TV, 냉장고 등 부피가 큰 가전은 해상운임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세계 원유 물류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 충격파가 번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에 약 2000만배럴의 원유와 석유가 통과한다. 해협이 실제로 차단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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