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와 관리 과정이 새겨진 비석인 ‘영천 청제비’가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됐다. 청도 운문사 소장 4종의 목판은 보물로 각각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국보로 지정한 ‘영천 청제비’와 함께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과 ‘자치통감 권81~85’을 비롯,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목판',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 ‘치문경훈 목판’,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목판' 등 청도 운문사 소장 4종의 목판을 보물로 각각 지정했다. 먼저 1969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영천 청제비’는 신라 때 축조 이래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청못’ 옆에 세워진 2기의 비석으로, 받침돌과 덮개돌 없이 자연석에 내용을 새겼다. 청제축조·수리비와 청제중립비로 구성된 이 비석은 이 지역의 물을 관리하기 위한 제방의 조영 및 수리와 관련된 내용을 새겨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토목 기술과 국가 관리 체계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청제축조비와 청제수리비의 문구는 모양이 일정치 않은 하나의 돌 앞·뒷면에 각각 새겨졌으며 위쪽이 얇고 아래쪽이 두꺼운 형태로 두 면의 비문 대부분은 판독이 가능할 정도로 양호한 상태다. 청제축조비 앞면은 536년(법흥왕 23년) 2월 8일, ▨탁곡(‘▨’: 마모로 판독이 불가능한 글자 표기, 乇谷)에 처음 큰 제방을 준공한 사실과 공사 규모, 동원 인원, 공사 책임자, 지방민 관리자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서체는 예스럽고 비정형적이며 자유분방한 6세기 신라 서풍의 전형에 해당한다.청제수리비 뒷면은 798년(원성왕 14년) 4월 13일 제방 수리공사의 완료 사실과 함께 제방의 파손·수리 경과보고 과정, 수리 규모, 공사 기간, 공사 책임자, 동원 인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청제축조비와 같은 신라 고유 서풍을 계승했다. 청제축조·수리비는 신라사에서 홍수와 가뭄이 가장 빈번했던 6세기와 8세기 후반~9세기에 자연재해 극복을 위해 국가에서 추진했던 토목공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시사점이 크다.바로 옆의 청제중립비는 1688년(조선 숙종 14년) 땅에 묻혀 있었던 청제축조·수리비를 다시 일으켜 세운 사실을 담고 있다. 이 비석 역시 조선의 일반적인 서체를 따르지 않고 신라의 예스러운 서풍을 반영하고 있다.‘영천 청제비’는 청제의 축조 및 수리 과정, 왕실(국왕) 소유의 제방 관리 및 보고 체계 등이 기록돼 있어, 신라의 정치 및 사회·경제적 내용을 연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또 비석에 시기를 달리하는 비문이 각각 기록된 희귀한 사례라는 점, 조성 이래 현재까지 원 위치에서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 영남대학교중앙도서관 소장 ‘자치통감 권81~85’는 1434년(세종 16년) 편찬에 착수해 1436년(세종 18년)에 완료된 총 294권 가운데 권81~85의 5권 1책에 해당한다. 주자소에서 초주갑인자(1434년(세종 16년) 주자소에서 만든 금속활자)로 간행된 금속활자본으로 현재까지 완질(完帙)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사한 판본이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등에 소장돼 있으나 전해지는 내용과 수량이 많지 않아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갖고 있다. 또 이번에 함께 지정된 청도 운문사 소장 목판 4건은 국가유산청이 성보문화유산의 가치 발굴과 체계적 보존 관리를 위해 (재)불교문화유산연구소와 연차적으로 시행 중인 ‘전국 사찰 소장 불교문화유산 일제조사’ 사업을 통해 2016년에 조사한 경상북도 지역 사찰 소장 목판 중 완전성, 제작 시기, 보존 상태, 희소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정됐다. 4건 중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른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목판’은 1515년(중종 10년) 조성된 목판으로 총 33판 완질이다.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는 고려 후기 승려 죽암에 의해 편찬된 불교 의식집으로 수륙재 때 행하는 여러 의식 절차를 정리한 것이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은 1588년(선조 21년) ‘원각경’에 해설을 더한 ‘원각경약소’를 토대로 조성된 목판으로 총 104판 완질이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은 부처와 12보살이 주고받는 문답형식을 통해 대승불교의 사상과 체계적인 수행의 절차를 설명한 경전이다.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목판’은 1588년(선조 21년) 조성된 목판으로 총 37판 완질이다.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는 고려 승려 지눌이 ‘법집별행록절요’에 자신의 사견인 ‘사기’를 붙인 불교 저술이다. ‘치문경훈 목판’은 1588년(선조 21년) 조성된 목판으로 총 90판 완질이다. 치문경훈은 중국 역대 고승들의 경훈과 법어 등을 증보한 불서다. 청도 운문사 소장 4종 목판은 전래되는 같은 종의 목판 중 시기가 가장 앞설 뿐만 아니라 완질의 목판이라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크다. 또 이 목판으로 인출한 책도 함께 전하기에 그 원천 자료로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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