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이 끝난 직후, 주목받은 것은 연설 내용보다 짧은 퇴장 장면이었다. 연단을 내려온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석 방향으로 향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송언석 원내대표,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에게 손을 내밀어 짧은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권 전 원내대표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웃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그 장면은 말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정치의 온도가 달라졌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이 장면을 보며 약 10년 전,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통령과 대구에서 긴 시간 저녁 식사를 함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격식 없이 편안하게 이어진 자리였고, 형식적인 행사나 짧은 만남이 아니라 진심 어린 대화와 인간미가 묻어나는 이야기가 오간 시간이었다. 그는 한 테이블에 머무르지 않았다. 식당의 여러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직접 다가가 대화를 나눴다. 
 
그때 나는 그가 사람과의 만남을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즐기고 좋아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내 휴대폰으로 안부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교수님’이라는 호칭으로 시작된 그 메시지에는, 상대를 향한 존중의 마음이 전해졌다. 형식적인 감사 인사가 아니라, ‘관계’를 이어가려는 세심한 배려의 제스처였다. 그 순간, 그는 권위보다 체온으로 정치를 풀어가려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이번 국회 퇴장 장면은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의 정치 스타일은 줄곧 몸으로 말하고, 관계를 잇는 정치였다.시정연설 당시 여당은 여러 차례 박수와 연호로 화답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를 지켰다. 그럼에도 퇴장하면서 이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교감의 제스처를 건넸다. 그리고 곧 의외의 장면이 연출됐다. 야당 의원들 다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에게 간단한 인사로 예를 표한 것이다. 박수는 없었지만, 완전히 닫힌 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물론 일부에선 이런 장면을 두고 “정치적 퍼포먼스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지율 반등을 노린 감성 정치’나 ‘협치 프레임 씌우기’로 보는 시선도 있다. 오랜 대치 국면 속에 신뢰보다 의심이 앞서는 정치 지형에서는, 대통령의 손짓조차 의도된 전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퍼포먼스를 설계하더라도, 그것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반복된 행동과 일관된 맥락, 그리고 과거의 태도까지 뒷받침되어야 한다. 10년 전 대구 식당에서의 모습과 지금 국회에서의 인사는 바로 그 일관성 위에 놓여 있다.정치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시선으로 보면, 이번 퇴장 장면은 ‘정서적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 사례였다. 국민은 말보다 표정에서, 정책보다 몸짓에서 더 많은 신뢰를 읽는다. 그날 대통령이 야당 의원에게 손을 건넨 장면은, 갈등의 이미지를 잠시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는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대통령이 먼저 교감의 손짓을 보냈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국민이 체감하는 정치의 품격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 이 나라 정치에는 ‘손을 내미는 용기’와 ‘잡아주는 따뜻함’이 함께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