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다 주고 싶어도남은 시간 별로 없네나 떠난 후에도 그대여사랑이 고프거든내 이름 불러 주게나눈보라치는 외로운 날일곱 가지 맛과 향기홍어가 생각나거든 그대여막걸리 한 병 사 들고영산포로 달려오게나 - 문순태의 시, '홍어가 생각 나거든'   최근에 내가 읽은 사랑의 시 중에 '홍어가 생각나거든'은 최고의 명시다. 문순태는 유명한 소설가다. 그런데 이렇게 감동적인 시를 쓰다니! 놀랍다. 좋은 소설가는 역시 좋은 시인도 되나부다. 문장이 폭삭 익어서 맛있는 홍어 냄새가 난다.   시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감동과 소통에서 온다. 이 시는 감동을 주고 또 소통을 준다.내 사랑 다 주고 싶어도/남은 시간 별로 없네/나 떠난 후에도 그대여/사랑이 고프거든/내 이름 불러 주게나  시인은 비통하지만 비통하지 않게, 절절하지만 더욱 절절하게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마치 소월의 명시 '초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지독하게 아프고 슬픈 노래다. 이 세상의 아름다운 사랑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인은 사랑을 홍어라는 은유로 표현한다. 홍어는 일곱가지 맛을 내는 고기다. 사랑은 시간이 많이 흘러서야 숙성되고 발효되어 비로소 깊은맛을 내듯이, 홍어도 오래 씹을수록 깊은 맛을 풍긴다. 눈보라 치는 외로운 날/ 일곱 가지 맛과 향기/홍어가 생각나거든 그대여/막걸리 한 병 사들고/영산포로 달려 오게나  시 속의 영산포는 단지 지리적 장소를 말하지 않는다. 시인이 살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다. 사랑은 눈이 부시기만 하는 감정이 아니라 기다리고 참고 희생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발효된 인생, 발효된 사랑은 아름답다. 그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시다. 사랑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잊지못할 사랑을 부르듯이 천천히 이 시를 읽어보자. 사랑을 다 주고 싶어도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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