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던 단어를 자꾸 잊는다면 대개 그것을 건망증이라 넘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적인 대화도 더뎌진다면 단순한 노화가 아닙니다. '원발성 진행성 실어증(Primary Progressive Aphasia, PPA)'이라는 뇌 질환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언어 기능이 점점 사라지는 병입니다.    치료법은 회복보다는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애리조나대학교의 연구진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기를 활용해 뇌를 자극해서 잃어버렸던 언어를 다시 불러오는 방식입니다.연구진이 사용한 방법은 '경두개 직류자극(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tDCS)'입니다. 전기자극이라는 말이 조금 무섭게 들릴 수도 있지만 두피에 약한 전류를 흘려 뇌의 특정 부위를 활성화시키는 안전한 기술입니다.    마치 낡은 전등에 전원을 다시 연결해 빛을 되살리는 것처럼 이 기술은 뇌의 언어 회로를 다시 작동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이 전기자극을 기존의 언어치료와 병행했을 때 언어 능력 회복 효과가 단순 치료보다 훨씬 더 크고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언어 능력 저하가 심각한 PPA 환자들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두 가지 치료를 모두 받았으며, 실험군은 먼저 경두개 자극을 받은 후 위약 자극을 적용받았고, 대조군은 위약 자극을 먼저 받은 후 경두개 자극을 나중에 적용받았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개선 효과가 있었지만 실험군에서 훨씬 더 많은 진전이 있었고 그 효과도 오래 지속됐습니다. 문장 구성이 매끄러워지고, 맞춤법 오류가 줄고, 말의 의미 전달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이 치료법의 핵심은 ‘뇌의 가소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전기자극이 뇌에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하게 만들고 이 연결이 언어 능력 회복의 기반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비단 실어증 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경두개 직류자극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불면증, 우울증, 만성 통증, ADHD 등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에서도 치료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세한 전류 한 줄기가 뇌의 길을 다시 잇고 꺼졌던 회로를 다시 밝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오늘 들으실 곡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9번 op. 14-1입니다. 이곡은 그가 작곡한 초기 대작들 중 하나로 이미 그의 독특한 음악적 목소리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시기에 완성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비창" 소나타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고 다채로운 음악적 아이디어를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악장은 밝고 경쾌한 주제로 시작합니다. 왼손의 반복되는 화음은 주제의 선율을 뒷받침하며 이를 통해 주제의 흐름을 이끌어 갑니다.    처음에는 명랑하고 희망찬 느낌을 주던 주제가 반복될 때 음악은 미묘한 긴장감을 더하며 약간 어두워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두 번째 주제는 네 개의 하강하는 음으로 시작하여 이전의 밝은 분위기에서 벗어나 의심과 불확실성의 기운을 만들어냅니다.    두 번째 악장은 Allegretto라는 지시와는 다르게 느리게 진행되는 스케르초입니다. 주된 선율에는 긴장감이 넘치며 트리오 섹션의 밝은 음악조차도 갈등과 싸움의 느낌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합니다.    이 악장에서는 베토벤 특유의 불안정한 감정과 긴장이 여전히 지속되며 그 속에서 슬픔과 밝음이 엇갈리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악장은 Rondo 형태로 빠른 리듬과 에너지가 가득한 분위기로 시작됩니다. 처음의 하강하는 선율이 묘한 역동성을 자아내지만 그 속에서도 유머와 장난스러운 기운이 엿보입니다.    두 번째 주제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여유 있는 분위기를 주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빠르고 생동감 있게 전개됩니다. 이 악장은 주제의 발전이 거의 교향곡적 스타일로 이어지는 점이 특징입니다.    베토벤은 여기서도 단순히 반복되는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형과 발전을 통해 음악적 색채를 확장하며 그의 창의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의 1962년 연주입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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