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53) 씨가 최근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서 귀가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김씨는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대통령 남편이 구속되고 파면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심신이 극도로 피폐해졌을 것이고 특검 소환을 앞둔 중대사건 피의자로 전락한 터라 고통이 남다를 것으로 짐작된다. 김씨는 우울증을 호소한다고 하지만 국민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휠체어가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걷기도 벅찬 환자가 타는 휠체어는 유력 정치인이 타면 본디의 의미가 '코스프레'로 바뀐다. 가장 가까운 예가 이명박(84) 전 대통령이다. 문재인 정부 '윤석열 검찰'에 의해 구속된 그는 수감 중 당뇨 등 지병 악화를 들어 입·통원 치료를 받았고, 그때마다 휠체어로 이동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불쌍한 이명박'의 모습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받고 나선' 씩씩한 이명박'으로 180도 바뀌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청계천을 찾아 2시간가량 보무당당하게 거닐면서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어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구속' 리포트의 단골 영상으로 등장하는 '호송차에서 내려 비틀거리는 이명박'이 맞느냐는 의문이 따랐다. 동정론을 일으키려는 휠체어 전략은 고(故)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원조다. 정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 게이트 때 검찰과 법원에 가면서 꼭 휠체어를 탔으나 동정은커녕 재벌에 대한 국민적 분노만 키웠다. 정태수 회장 이래 30년 가까이 정치권과 재계의 '범털'들이 애용해온 휠체어 쇼는 이젠 식상해 시효가 다한 느낌이다. 가난 때문에 빵을 훔치는 민생 사범이 아니라면 긁어 부스럼만 될 뿐이라는 게 변호사들의 조언이다.김건희 씨에게 난생 처음일 정치적 통증의 깊이는 짐작하고도 남지만, 당장 "동정론을 일으키려 생쇼를 한다"는 여권의 공세만 봐도 휠체어는 가급적 멀리하는 게 낫다. 차라리 윤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전 당당하고 씩씩했던 여성 CEO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서는 게 나을지 모른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수사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법꾸라지' 전략이 탄핵의 한 사유가 되지 않았던가.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