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주5일(주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것은 21년 전이다. 처음부터 전면 시행하지도 않았다. 시행 범위와 속도를 두고 논쟁이 많아 결국 2004년 7월 공기업과 금융보험업,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에 우선 적용됐다. 오랜 격론 끝에 법정근로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시간 단축됐지만 제도 시행 초기만 해도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가 컸다. 주5일제 도입은 사회적으로 큰 실험이었다. 학교에도 영향을 줬다. 주5일 수업제는 2005년부터 매월 한차례 시행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놀토(노는 토요일)'라는 말도 생겼다. 우리 사회는 20여년 만에 다시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대선에서 주4.5일제가 주요 공약 중의 하나로 부각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한달'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주4.5일제 추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 이를 서둘러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노동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이런 통계 등을 근거로 주4일제 내지 주4.5일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펴지만 임금 삭감이나 생산성 향상 없는 주4일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잖다. 나름 다 일리가 있다. 시행해보지 않은 제도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인데 어느 한쪽 손을 선뜻 들기 어렵다. 사회적 공론화가 이어져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주5일제도 처음에는 낯설었다. 지금도 '어떻게 일주일에 4일만 일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주5일제를 시행할 때도 비슷한 사회적 충격을 걱정했다. 우리 국민은 열심히 일했다. 이제는 많이 일하지만 생산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 놓였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생산성도 올리고 노동시간도 줄여서 워라밸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좀 더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는데 이런 이슈에 사회적 합의가 쉽게 이뤄질까 싶다. 주5일제 도입과정에서도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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