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정말 새로운 사람 나와야지."
포항 북구의 한 전통시장. 60대 상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시장통의 이런 말은 대체로 민심의 바로미터다. 내년 6월 포항시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시장의 3선 불출마가 확정된 뒤 이곳 민심은 묘하게 술렁인다.벌써 10명이 넘는 후보군이 물밑에서 뛰고 있다. 행사장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SNS에서 서로의 사진이 스치듯 겹친다. 하지만 시민들의 표정은 기대보단 무관심에 가깝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한마디가 지역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대변한다.포항은 TK 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전국 최고 투표율을 자랑했고, 보수 진영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아온 곳이다. 그러니 이번 선거의 진짜 승부는 공천이다. 국민의힘 내부 경쟁은 벌써부터 중앙당 실세와의 친분 다지기, 조직 정비, 여론 탐색으로 후끈하다. 정치권에선 "공천을 받으면 당선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도 나온다.그러나 그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특검 정국, 수도권 민심의 이탈, TK 지역 내 세대 교체 요구가 묘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누구는 8년 전 업적을 꺼내고, 누구는 행정고시 출신이란 타이틀을 내세우고, 또 누구는 '6조 7천억 국비 확보'를 외친다. 경력은 화려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원하는 건 '새 얼굴'이자 '새 비전'이다."이번엔 일 좀 제대로 할 사람, 깨끗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인터뷰 중 만난 30대 자영업자의 말은 간단했지만 강했다.공약보다 중요한 건 신뢰다. 말만 번지르르한 후보보다, 4년 뒤에도 얼굴 들고 시장 골목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브랜드보다 인간적인 설득력, 학력보다 생활밀착형 공감능력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특히 2030 청년층과 50대 이하 중도 유권자들은 기존 정치인의 ‘철 지난 연설문’에 반응하지 않는다. 유튜브와 지역 커뮤니티, SNS에서 유권자 스스로 검증하고, 공유하고, 평가한다. 이들 눈에 ‘보여주는 정치’와 ‘보이는 정치’는 다르다.후보들이여, 너무 멀리 보지 말고 시민의 눈높이부터 맞춰야 한다. 이강덕 시장 이후의 포항은 단순한 지역행정이 아니라, 산업구조 재편과 저출생, 청년 이탈, 기후위기 대응까지 과제가 산더미다. 누구나 시장이 될 수 있는 시대지만, 모두가 시장으로 남을 수는 없다.포항은 여전히 보수의 심장이지만, 그 박동이 예전만큼 단조롭지는 않다. 바뀐 세대와 달라진 환경 속에서 유권자들은 '당선이 당연한 사람'보다 '내 삶을 바꿀 사람'을 원하고 있다.
공천을 따냈다고 안심하기엔 시기상조다. 무거운 정당 간판을 내려놓고, 한 사람으로서 유권자의 질문 앞에 서야 할 때다.“정말 이 사람이 시장이 되어도 괜찮을까?”라는 시민들의 속삭임에 응답하지 못한다면, 어떤 정치 경력도 명함이 되기 어렵다.표는 조직이 아니라 마음에서 찍힌다. 이제 포항 유권자들은 그 마음을, 조금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