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장소성과 공동체성을 지역 예술가들 6인이 동시대 미술로 풀어낸 살뜰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문화관1918(구 경주역)에서 지역 예술가 6인이 참여하는 전시 '결(結): 예술로 이어지다'가 열린다. 아직 이 새로운 시도의 전시를 접하지 못했다면 서둘러야겠다. 전시는 27일까지.
이번 전시는 경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참여해 각자의 시선과 감각을 통해 ‘결’이라는 주제를 다층적으로 풀어내고 있다.조각과 회화, 시민 참여 작업까지 모두 세 개의 섹션으로 나눠 조각 분야의 이상수, 허장우, 이신희와 회화 분야의 나아, 박상원, 홍빛나라 등 여섯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각기 다른 재료와 시선으로 조각과 회화 작품을 통해 공간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기반으로 예술과 지역, 예술가와 시민 사이의 새로운 연결 가능성을 모색한다.전시는 구 경주역의 실내외 공간을 활용했다. 전시장의 내·외부, 추상과 구상, 조형과 평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이상수, 허장우, 이신희 작가의 조각 작품은 경주문화관 1918 외부 공간에 설치돼 장소성과 물질성에 대한 예술가들의 사유를 드러낸다. 돌, 나무, FRP 등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 조형 작업은 공간에 물리적 존재감을 부여하고 관람객의 동선을 따라 시각적 리듬을 형성한다.이상수 작가는 느림의 미학을 코알라의 형상에 담아 FRP로 제작해 나무에 설치했다. 작가는 현대인의 ‘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잠시, 멈춤의 가치를 권유한다. 또 다른 작품 ‘수학여행’은 마이클잭슨이 교복을 입고 춤추는 모습을 통해 예전 수학여행지로 흥행했던 경주와 대중문화의 기억을 유쾌하게 콜라보시켰다.허장우 작가의 ‘기마고양이형 뿔상’은 고대 기마인물형 토기를 모티브로 삼아 캄포나무로 조각됐다. 동물과 인간, 상상 속 이미지들이 재밌게 혼합돼 작가 특유의 조형 언어를 드러낸다.이신희 작가는 장소에 반응하는 설치작업을 통해 재료의 물성과 구조가 공간과 긴장감 있게 어우러지는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꾸준히 '자신'의 내밀한 세계를 시각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내부 전시 공간에서는 세 회화 작가 나아, 박상원, 홍빛나라의 작품이 이어진다. 이들은 색채와 형태, 표면의 질감을 통해 각자의 내면과 일상, 풍경을 시각화하며 외부 전시와 연결된 하나의 흐름으로 감각의 연속성을 이룬다. 홍빛나라 작가의 ‘열대야’는 혹서기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청춘의 뜨거운 시간을 오일파스텔로 녹진하게 그려냈다.나아 작가의 디지털 드로잉 ‘나아진 나아Ⅱ’는 상처가 흔적으로 아물어 회복되는 과정을 트렌디한 감성으로 그려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가가 직접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 ‘우리의 마음입니다’를 통해 관람객이 예술을 더 적극적으로 느끼고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관람객은 작가와의 소통을 통해 창작의 일부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예술을 가까이에서 이해하게 된다. 이번 전시·체험 프로그램 ‘결: 예술로 이어지다’를 기획한 이신희 작가는 “지역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이어지는 열린 예술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예술의 결이 삶의 표면에 천천히 스며들어 일상에 새로운 감각과 의미를 더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야외 조각 작품은 상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