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당국이 대미(對美) 관세 협상 논의에서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카드로 쓸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 농축산업계가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수입 확대를 요구한 품목으로 미국산 소고기와 쌀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농업인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15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협상에서 에너지·농산물 등 자국 상품 구매 확대, 각종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 등을 집중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쌀 구입 확대, 감자 등 유전자변형작물(LMO) 수입 허용, 사과 등 과일 검역 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대미 협상 타결을 위해 농산물 분야의 전향적 검토 가능성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여 본부장은 "우리가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나 어느 나라와 통상 협상하든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협상이 없었고, 그러면서 우리 산업 경쟁력은 또 강화됐다"면서 "농산물 부분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협상의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이런 발언은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자동차 등 대미 수출이 많은 주력 산업의 관세를 낮추기 위해 일부 농산물을 미국에 양보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미국이 요구하는 농축산물 중에 소고기와 쌀 등이 특히 민감한 품목으로 꼽힌다. 30개월령 이상 소에서 광우병(BSE)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위험 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한국은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쌀은 많은 농민의 생계와 연결된 품목이다. 한국은 쌀에 513%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40만8700t(톤)을 저율관세할당물량(TRQ)으로 정해 5% 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이 밖에 LMO 수입 규제 완화도 미국의 요구 사항 중 하나로 꼽힌다. 
 
통상 당국이 사실상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농민단체가 즉각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우 생산자단체인 전국한우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 본부장의 발언에 대해 "농축산업의 고통과 희생을 당연한 전제로 여기고 있다"며 "전국의 농축산인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한우협회는 미국 축산업계가 미국산 소의 월령 제한 해제 요구 목소리를 키우던 지난 3월부터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월령 제한이 폐지되면 국내 시장에서 광우병에 대한 불안이 커져, 소고기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한우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전국농민회총연맹은 "조속한 협상을 이유로 농업을 희생시키지 말고 주권 국가로서 당당하게 미국의 협박에 맞서 싸우라"면서 "이를 외면한다면 국민은 제2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투쟁과 제2의 광우병 촛불로 화답할 것"이라고 밝혔다.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오는 1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