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7월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비롯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1차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직접 지목했다. 개혁과 쇄신이라는 이름 아래, 현역 중진 의원들의 실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거취를 요구한 것이다.그러나 이 같은 방식이 과연 당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혁신인지, 아니면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선택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혁신은 방향과 방식이 중요하다. 동지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모습은 그 자체로 설득력을 잃는다. 정치권 안팎에서 “내부 총질로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너는 이래서 안 되고, 저기는 저래서 안 된다고 모두 처내버리면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은 오직 자기뿐일 것이다.정치의 기본은 단결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역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로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남겼다.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은 여야의 단순한 정쟁을 넘어, 정권 안정과 국가 미래를 놓고 벌이는 실존적 싸움이다. 이런 때일수록 단일대오를 형성해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혁신의 이름으로 내분이 확산되고, 중진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타깃이 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여기에 맞는 한자 구절이 생각난다. “惡將除去無非草, 好取看來總是花”라는 말이다.“나쁘다고 해서 모두 제거하고자 하면 세상에 잡초 아닌 것이 없고, 좋게 보고자 하면 모두가 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결국 세상일은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상생 정치와 공존, 그리고 포용의 정치, 장점과 가능성을 살리는 정당이라야 국민이 신뢰를 보낼 수 있다.현재 국민의힘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으로 지지층을 스스로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혁신을 외치는 그 입으로 정작 당의 결속을 해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진정한 혁신은커녕 또 다른 실패의 씨앗이 될 뿐이다. 당의 미래와 정권 재창출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서라도, 내부 총질과 인적 제거 방식의 혁신은 과감히 재고돼야 한다.개인의 거취는 해당 정치인의 철학과 의지, 그리고 국민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 특정인을 공개 지목해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물러나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그것이 과연 당의 화합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국민의힘은 지금, 다시 하나로 뭉쳐야 한다. 갑론을박은 있을 수 있고, 설왕설래도 정치의 본질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결코 분열과 갈등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조율하는 리더십, 그리고 다양한 계파와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가 절실한 시점이다.혁신이란 이름의 칼날이 ‘개혁’이 아닌 ‘분열’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당한 싸움을 바란다. 현 정부와 여당을 감시·감독하고 견제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책임이고, 정당의 사명이다. 지금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양을 찾는 시간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가를 위하고 당을 살리는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다.국민의힘은 지금, 서로를 겨누는 내부 총질과 칼을 내려놓고, 오직 국가 안보와 경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단일대오로 뭉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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