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다. AI로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면 우리 제조업은 10년 후면 거의 다, 상당 부분에서 퇴출당할 것이다."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내놓은 충격적 발언이다.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나라 경제가 망한다는 말 아닌가. 철강, 디스플레이 등을 넘어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서도 우리를 추월하려는 중국의 기세를 보면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냉정히 보면 가격 경쟁력, 노동 시간, 임금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우리가 비교 우위인 부문이 없으니 지금 위기는 당연한 결과다.그렇다면 우리에게 하나 남은 카드는 미래 핵심 산업을 선점하는 것뿐이니 AI 기술에서 밀리면 우리 경제 근간인 제조업이 붕괴할 것이란 최 회장의 말에 수긍이 간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 역시 AI와 바이오를 신수종 산업으로 삼고 제2의 도약을 다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달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지도자 간담회에서 "삼성은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 투자를 늘리고 있고, 정통 산업에도 AI를 접목해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정부도 이런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약했던 'AI 3대 강국' 달성에 힘을 쏟고 있다. 대통령실에 AI 전담 수석을 신설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도 기업 출신 AI 전문가를 임명, 실행 의지를 드러냈다. 김민석 총리는 최근 AI를 '성장 엔진'으로, 관련 인재 확보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규정했다. 배경훈 장관은 딥러닝과 생성형 AI 시대가 끝나고 AI와 함께 일하는 '에이전트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관련 시스템의 시급한 구축을 촉구했다.관건은 말 잔치로만 끝나지 않을 실행력이다. 실제 정부의 과감한 AI 산업 지원, 기업의 집중 투자, 인재 유출 방지책 등이 발 빠르게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세제 개혁과 금융 지원 등을 통해 AI 선도기업들이 경쟁국 기업보다 앞서갈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경쟁자인 중국이 공산당과 정부의 전폭 지원에 힘입어 AI 기술력을 초고속으로 끌어올리는 점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점을 고려해 원자력, 화력, 수력, 신재생 등 발전 공급망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재설정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