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4일 내란 재판에 또 출석하지 않았다. 불출석 사유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무시무시한 혐의다. 대통령직을 가지고 있으면서 헌법으로도 사회적 현상으로도 아무런 정당성이 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국가는 심각한 혼란에 빠졌었다. 
 
또 현직에 있으면서 온갖 직권남용을 저질렀고 그런 혐의자를 체포하려는 공수처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경호 인력을 내세워 방해했다. 지금 내란을 심리하는 사법부가 적용한 혐의는 대충 그 정도지만 내란특검이 외환죄도 가려보자고 고삐를 죄는 상태니 얼마나 더 많은 죄가 드러날지 아무도 모른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과 채해병 특검에도 이 발 저 발 다 걸쳐놓은 상황이니 역사상 이만큼 다양한 혐의를 가진 지도자를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구속 영장이 발부된 후 3주 연속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 특검의 조사에도 불응했고 재판부의 심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건강상의 사유’다. 지병인 당뇨가 심하고 간 수치가 높아져서 계단을 오르기도 힘겹고 장시간 앉아 있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구속적부심 심사에는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30분 먼저 재판정에 나왔고 4시간 가까운 심리에 참석했으며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이 직접 최후변론도 했었다.윤석열 전 대통령은 일반인 접견이 금지된 상황이지만 지난 10일 재구속된 이후 하루 평균 2.3회꼴로 변호인 접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 접견은 일반 접견과 달리 가림막이 없는 구치소 내 별도 공간에서 교도관 입회 없이 이뤄진다. 
 
근무시간인 오전 9시~저녁 6시 사이에 시간과 횟수에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그가 구금돼 있는 수용자 거실에는 벽면에 선풍기만 달려있지만 변호인 접견 공간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하루에 두세번 변호인을 접견하는 것은 하루 일과 시간의 상당 부분을 에어컨이 있는 방에서 보내며 폭염을 피해 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건강이 악화돼 오랜 시간 앉아 있을 수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이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인물이, 누구보다도 법률에 정통할 수밖에 없는 검찰총장을 지냈던 자가 지금 국민에게 보여주는 행동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내란 과정에 있었던 숱한 사연들에 대해 그가 진술한 것들은 대부분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가 수족처럼 부렸던 부하들이 특검에서 사실대로 진술하면서 그가 얼마나 거짓말에 능통한 사람인지 발각되고 있는 중이다.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의 윤석열이라면 자기방어 차원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고 이해하겠지만 한때 대한민국을 책임졌던 최고 지도자였다는 사실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다.
 
그의 집권 3년은 어떠했는가. 불편하고 위태로웠다. 경제는 곤두박질쳤고 국격은 추락했으며 안보는 위태위태했다. 상승곡선을 볼 수 있는 지표가 도무지 없었다. 국민의 저력이 허약했던 나라였다면 지금쯤 우리나라는 저 남미의 허술한 국가처럼 몰락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의 민주적 역량으로 이 나라를 지켜냈다. 3년간 허송했던 국가의 지도자는 감옥에서 온갖 잔재주를 부리며 국민의 부아를 지르고 있지만 그가 저지른 모든 죄는 시간이 가면서 하나 둘 남김없이 밝혀질 것이 자명하다.
지난 4월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가졌던 영국의 록밴드 콜드플레이는 공연 중에 자신들의 음악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 하나를 던졌다. 콜드플레이는 히트곡 ‘Viva La Vida’라는 노래를 불러 대통령의 탄핵 후 혼란한 대한민국 사회에 깊은 공감을 이뤄냈다. ‘Viva La Vida’는 스페인어로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노래의 가사는 프랑스 시민혁명으로 루이 16세 황제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I used to rule the world/Seas would rise when I gave the word/Now in the morning I sleep alone/Sweep the streets I used to own. 난 한 때에 세계를 지배했지/내 말 한 마디에 바다의 파도를 호령했었는데/이제는 아침에 혼자서 잠에서 깨어나/한때 내 소유였던 거리를 청소하는 신세야.’ 1789년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일을 얘기하지만 콜드플레이의 노래는 지켜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묘한 공감으로 전율하게 했다.콜드플레이는 또 이렇게 노래했다. ‘One minute I held the key/Next the walls were closed on me/And discovered that my castles stand/Upon pillars of slat and pillars of sand. 난 잠깐동안 권력을 쥐었지만/다음 순간 벽이 내 위에서 닫혔어/그리고 나의 성이 소금 기둥 위에 세워진/모래 기둥 위에 서 있는 것을 알았어.’ 영국의 한 록그룹이 괴롭게 외쳤지만 기실 그 외침의 주인공이 누군지 너무나 쉽게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괴로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