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전 정권에서 마련한 해결책이라 할지라도 필요한 정책이라면 과감히 가져다 써야 한다. 지금 청소년 도박 문제는 일부 비행 청소년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학교를 넘어 군으로 침투 중이다.
사회 전반에 만연되고 있는 청소년 도박을 뿌리 뽑으려면 신속하게 형사사법적 강경 정책을 펴되 피해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책도 강구해야 한다. 한국도박문제 예방치유원이 올해 초 발표한 ‘작년 1년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4.3%가 도박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만으로도 전국 청소년 17만명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전문가들은 실제보다 적게 보고됐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경찰청 특별 단속에서 검거된 약 1만 명 중 절반가량이 19세 미만 청소년이었다.
사실 이런 상황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전임 정부는 2023년 11월 교육부 등 9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대응팀을 구성했고, 법무부가 소관 부처로 되는 ‘온라인 불법도박 근절 특별법’ 제정으로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부칙까지 마련했던 특별법안은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사실상 폐기되고 말았다. 그러던 중 금년 6월 말 한국범죄학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강원랜드가 공동으로 마련한 ‘불법도박 근절 유관기관 협력강화 세미나’에서 특별법 내용이 처음으로 논의됐다. 당시 대응팀 실무자로 참여한 일선 부장검사의 발표 중에 몇 가지 대책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사이트 신고에 대해 포상금까지 주면서 일반 시민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 차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최소 2주에서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조직범죄 특성상 내부자 진술이나 조력 없이 수괴를 검거하고 조직을 와해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동시에 청소년 대상 도박장 개장 행위에 대한 금지규정 신설과 법정형을 강화해야 한다. 
 
그 외에 온라인 도박 광고행위 처벌규정 신설, 도박중독 예방·치유·재활을 위한 기금의 설치, 범죄수익 박탈을 위한 독립몰수 조항 신설 등도 필요하다. 사실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 참여는 사기범죄 피해자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불법도박 구조상 온라인 도박을 통해 돈을 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 도박은 일탈이 아니라 유해 환경의 결과이며 고립감에 대한 반응’이다. 법무부의 불법도박 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올해 정책평가 항목에서 이를 삭제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청소년 도박 문제를 국정 과제의 작은 꼭지로라도 넣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