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너무 많이 오고 더워도 너무 덥다. 경남 산청에서 사흘간 최대 800㎜의 비가 내려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폭우 피해가 줄을 이었다. 비만 많이 온 것이라면 걱정을 덜 하겠지만 6월부터 일찌감치 들이닥친 폭염에 지쳐가고 있다. 강원도 산간지역인 태백에서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한라산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곳에서 이례적인 더위에 시달리고 있으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한반도’를 맞이했다.경상북도에서는 지난 봄날 의성군, 안동시, 영덕군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약 9만9000ha 이상의 산림이 불에 타 사라졌고 인명 피해도 역대급이었다. 산불로 사라진 산림이 복원되려면 30년 이상 걸리고 완전히 안정화 되려면 100년 이상이 걸린다는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석은 자연재난이 인류에게 주는 피해가 얼마나 막대한지 실감하게 한다. 인근 산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바람이 불어 불씨가 새처럼 하늘을 날아 멀쩡한 건너편 산으로 옮겨붙는 가운데 혼비백산 피난하던 주민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면 지금도 안타깝기 그지없다.이 같은 자연재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 수도 있다. 기상이변, 혹은 지구 온난화라는 말은 수십 년 전부터 들었고 조만간 지구에 위기가 닥친다는 경고도 귓바퀴가 닳도록 들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확대하며 사이렌을 울렸고 심지어 재생에너지로 생산하지 않은 물건은 아예 수출길을 막아버리겠다는 협정까지 맺었다. 그건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정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중립을 국정 과제로 삼아 다양한 정책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아무튼 최근 잇따라 닥친 폭염, 폭우, 산불 등의 자연재난이 빈발하는 현실은 그동안 줄곧 우려했던 기후위기가 본격적으로 닥친 것이 아닌가 해 걱정이 태산이다. 예컨대 뱅골 지역에서 몬순 기간이면 남부여대하고 물난리를 피해 인도의 비하르 지역으로 피난가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온대성 기후에서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면서 봄이면 산불, 여름이면 폭염과 폭우, 겨울이면 혹한 등 그동안 지구를 함부로 사용했던 인류에게 자연이 내리는 일종의 형벌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더위로 잠 못 드는 밤 전전반측하며 하게 된다.연이어 우리에게 다가온 자연재난이 단순히 날씨의 일시적인 일탈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시스템 변화의 경고라면 단기 대응에 그치지 말고 예방 중심의 중장기 정책과 사회 전체의 기후 적응력 강화가 필수라는 말이 나온다. 탄소 배출 감축, 에너지 전환, 도시 설계, 재난 대응 시스템 전반에서 변화와 투자가 필요하며 기후 위기는 곧 안전 위기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피부에 와닿는 것들인지 곰곰이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들이 심심찮게 많고 가능하면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그리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심하게 병든 지구를 되살리는 일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1970년 4월 22일 미국 전역에서 약 2000만 명이 참여한 환경보호 시위와 캠페인이 시작됐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자연의 심각한 오염이 도화선이 됐다. 그래서 그날을 지구의날로 지정했다. 지구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 촉구, 탄소 감축 및 재생에너지 전환 홍보, 환경 교육과 대중 인식 제고 등의 지속적인 캠페인의 날로 자리잡고 있다. 같은 해 캐나다 출신의 의식 있는 포크 가수 Joni Mitchel은 ‘Big Yellow Taxi’라는 매우 의미심장한 노래를 내놨다. 그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They paved paradise and put up a parking lot/With a pink hotel, a boutique, and a swinging hot spot. 그들은 낙원을 아스팔트로 덮고 주차장을 세웠다/분홍색 호텔, 부티크, 그리고 인기 있는 유흥지가 생겼다.’ 아름답고 낙원 같았던 자연이 도시화로 밀미암아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상업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는 말을 하면서 환경 파괴를 직설적으로 지적하고 있다.그리고 그는 ‘Don’t it always seem to go/That you don’t know what you’ve got till it’s gone. 항상 그런 것 같아요/잃어버리기 전까지는 그 가치를 알지 못한다는 거죠.’라고 외쳤다. 그는 현재 자연재난에 허덕이는 인류의 모습을 미리 상상했던 것이다. 환경을 파괴하고 나서 인류에게 닥치는 재난과 자원의 고갈 등을 현실로 느끼며 후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미리 메시지로 던졌던 것이다. ‘Late last night I heard the screen door slam/And a big yellow taxi took away my old man. 어젯밤 늦게, 현관문이 쾅 닫히는 소리를 들었어요/그리고 커다란 노란 택시가 내 연인을 데려갔어요.’ 늦은 밤 커다란 노란 택시가 연인을 데려간 그 황급한 현실은 상실의 극한이며 기후 위기에 닥쳐 재난에 노출된 인류의 다급한 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더 늦기 전에 우리는 그나마 남아 있는 자연적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우리 세대만 살다가 버릴 지구가 아니다. 대대로 물려줘야 할 자연이며 낙원이다. ‘자연은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는 말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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