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다. 국민의 삶과 사회의 방향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진보와 보수, 두 날개의 균형이 건강할 때 민주주의는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한쪽 날개, 특히 보수의 비행이 위태로운 시대를 지나고 있다.이 글은 특정 정당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회복의 길을 제시하려는 것이다.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또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 흐름은 익숙한 구조의 반복에 가깝다. 국민도, 당원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만 바뀌고, 정당의 시스템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보수는 본능적으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익숙한 질서를 유지하려는 태도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안정이 변화에 대한 거부로 굳어질 때 발생한다. 정신건강의학적으로 보면, 이는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패라는 길을 걸으면서도 그 길만이 안전하다고 믿는 것, 그게 정치의 반복강박이다.변화보다 익숙한 실패를 선택한다. 그것이 자신에게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반복강박’이며, 지금의 국민의힘을 지배하는 구조다.공천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정당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누가 주인인지를 보여주는 핵심 구조다. 이러한 고착 구조는 공천 시스템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특히 대구·경북처럼 공천이 곧 당선을 좌우하는 지역에서는, 그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 즉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시스템이 더욱 중요해진다. 하지만 지금의 공천은 명확한 기준 없이, 특정 권력에 종속된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현실 속 당원은 후보를 선택하는 주체가 아니라, 정해진 결과를 통보받는 존재로 머물러 있다. 그러나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라는 말은 헌법 정신에도 부합하는 원칙이다.공천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인물이 누구든 결과는 같다. 줄세우기와 충성이 실력을 이기고, 리더는 설계자가 아니라 통제자로 변질된다.조직문화도 예외가 아니다. 다른 의견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문제 제기는 위험한 행동으로 간주된다. 그렇게 침묵이 자율성을 갉아먹고, 조직은 하나의 시선과 목소리만 반복하게 된다. 다양성과 창의성은 설 자리가 없다.국민의힘은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당원은 실질적 주권자인가, 명목상의 참여자인가. 정책의 방향은 누가 결정하는가. 공천의 기준은 누구 손에 있는가. 이 물음에 답하지 못한 채 이뤄지는 ‘혁신’은 구조적으로 결함 있는 기초는 그대로 둔 채, 외벽만 다시 칠하는 것에 불과하다.지금의 문제는 공천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에 있다. 권한의 집중, 불공정한 기준, 절차의 비공개성이 구조화되어 있다. 이 세 가지가 바뀌지 않으면, 누가 들어오든 결국 구조 안에서 소모되고 지워질 뿐이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다. 구조다. 통제가 아닌 설계, 줄이 아닌 실력, 충성이 아닌 책임이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심장부가 바로 공천이다.정당은 민주주의의 가장 일상적인 훈련장이다. 정당 안에서 구성원은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의견을 바탕으로 결정에 참여해야 하며, 그에 따라 책임도 져야 한다. 이것이 곧 민주주의의 수준을 말해준다.정당은 말로 바뀌지 않는다. 누가 되느냐보다, 그가 들어설 시스템이 어떠한지가 더 중요하다. 선언이 아니라 설계가 필요하고, 구호가 아니라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 한, 진짜 혁신은 없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누가 대표가 되든, 최고위원이 되든, 국민과 당원이 지켜보는 건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시스템의 변화다.이제는 공천을 혁신하라. 줄서기를 멈추고, 실력이 통하는 공천 시스템을 설계하라. 그것이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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