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지속되는 폭염과 폭우 등,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기상 이변 속에서 믿기 어려운 종말론(終末論) 들이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고, 어떤 과학자들은 심지어 아기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는데, 이유인즉 인류의 미래가 너무나 불안하기 때문이라 한다.물론 특정 종교에서는 이미 2000년 전 부터도 근거 없는 종말론으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왔지만, 인류는 지금까지 번성하고 건재하며 첨단 문명을 일구어 오지 않았는가? 라고 할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과거에 횡행했던 종말론들은 대부분 근거 없는 터부 내지 비과학적인 종교 예언 등에 불과했지만, 작금 회자되고 있는 종말론들은 지극히 과학적으로 수집된 데이타에 의한 연구 분석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계산한 돌아오지 못할 다리, 즉 ‘터닝포인트’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 섭씨 1.5도로 잡고 있었지만, 이미 그 임계점을 초과하고 있다는 암울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몽상가들이 인류가 멸종을 피하려면 지구를 탈출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먼저 이 지구를 떠나는 게 좋겠다는 말이 하고 싶어진다.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과학 지식이 일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금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이 행성(行星) 밖 우주가 얼마나 인간에게 적대적인 환경인지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인데, 이 지구에서 가장 기후가 혹독한 지역이라 할지라도 인근 행성인 화성 등에 비하면 가히 천국이 아닌가?    그러니까 대양을 항해하던 호화 유람선에서 승조원들의 부주의에 의해 만일 에어컨이 고장 났다면 배를 버리고 구명정을 타야 하는가, 그 말이다. 남태평양 한 가운데 고립된 '이스터 섬'은 인간에게 발견되기 전까지는 온화한 기후에 무성한 산림과 다양한 어족들이 서식하는 ‘에덴동산’과 같은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일단의 폴리네시안들이 그 섬을 발견하고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초기 원주민들은 그야말로 천국을 누리고 살았지만, 제한된 면적에 제한된 자원을 가진 조그만 섬에 점점 인구가 증가하여 식량을 비롯한 자원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환경파괴가 진행된 나머지, 편을 가른 굶주린 원주민들이 서로를 잡아먹는 전쟁을 벌인 끝에 결국 모두 멸종되었고 다시 무인도가 되었다는 서글프고 끔직한 역사가 고고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이야말로 바로 우주공간에 고립된 ‘이스터 섬’과 전혀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이스트 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역 불문, 국가 불문, 인종 불문하고 지구촌 주민들이 어떻게 서로 협력하고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려 들었고, 작금 인류 공동체의 리더라는 자들이 저마다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의 이익(自國利己主義)만 챙기려 들며 혹은 개인적 탐욕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따위보다 훨씬 무서운 현실적 재앙이 아닌지 모르겠다.뱃사람들 사이에, 바다를 항해하던 선박이 난파되었을 때 가장 좋은 구명선(求命船)은 바로 본선(本船)이라는 말이 있다. 때문에 나는 지금 우주를 개척하는 것보다 일만(一萬) 배 더 시급한 일이 바로 지구 보수와 개척이며 또한 인류의 지성(知性) 개척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에도 내가 한 비유 같긴 하지만, 여객선이 조용한 바다 위를 항해할 때는 반드시 승객이 지불한 돈에 따라 객실의 등급이나 처우가 다를 수 있지만, 난파선이 되고 나면 아무도 특권을 주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수장(水葬)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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