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달라집니다. 어떤 멜로디는 눈물을 부르고, 어떤 리듬은 어깨를 들썩이게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기도 전에 우리 몸속 세포들은 이미 그 소리에 반응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교토대학교 연구진은 ‘소리’라는 물리적 자극이 귀나 뇌가 아닌 세포 그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 진동은 공기만 울린 것이 아니라 세포막을 두드리고 유전자의 스위치를 바꾸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세포에 직접 음파를 쏘는 장치를 만들고 낮은 440Hz와 높은 14kHz, 그리고 백색소음을 들려주었습니다. 단 2시간만에 세포의 유전자 발현이 달라졌습니다. 지방세포로 분화되는 과정이 억제되었고 세포의 접착 능력은 향상되었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세포가 ‘들었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고막도 없고 신경도 없지만 세포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던 것입니다.더 흥미로운 점은 소리의 주파수와 강도, 파형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삼각파, 사각파, 사인파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세포를 자극했고 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반응하는 유전자도 달라졌습니다. 소리에 반응하는 방식은 세포의 밀도나 종류에 따라도 달랐습니다.    특히 섬유모세포, 뼈세포, 근육세포, 지방세포처럼 스스로 잘 움직이고 바닥에 잘 달라붙는 세포일수록 반응이 강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반응의 핵심에 ‘FAK’라는 단백질이 있으며 이 단백질이 활성화되면서 세포는 모양을 바꾸고 유전자 회로를 다시 설계한다고 설명했습니다.이 연구는 소리를 ‘처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예를 들어, 지방세포가 되는 것을 막아 비만을 예방하거나 조직 재생을 유도하거나 세포가 원하는 방향으로 분화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칼도 약도 아닌, 오직 ‘소리’ 하나로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몸은 소리를 듣고 그 소리는 다시 몸을 바꿉니다. 음악이 마음을 울릴 때, 세포도 함께 떨고 있었던 것입니다.오늘 들으실 곡은 베토벤이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6번, Op.10 No.2입니다. 이 작품은 Op.10 세 곡 중 가장 짧은 소나타로 곳곳에 베토벤 특유의 유머와 기지가 살아 있습니다. 베토벤 자신도 이 곡을 꽤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마지막 악장의 익살스럽고 활기찬 성격을 즐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첫 악장은 Allegro로 시작됩니다. 두 개의 화음이 제시된 후 장난기 어린 셋잇단음표 구절이 등장합니다. 이 셋잇단음표는 마치 대화를 유도하듯 자연스럽게 다음 구절로 이어집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주제는 보다 서정적이지만 여전히 장난스러운 분위기에 잘 녹아들어 조화를 이룹니다. 곡은 코다 없이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전개로 마무리됩니다.    두 번째 악장은 Allegretto로 실질적으로는 스케르초 형식입니다. 낮은 음역에서 시작하여 점차 위로 올라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고음역에 도달하면 분위기는 약간 밝아지지만 여전히 진지한 느낌을 유지합니다.    이 주제는 반복된 후 두 옥타브 위에서 다시 연주되며 질감은 가벼워지지만 감정은 더욱 깊어집니다. 이어지는 트리오 섹션은 보다 명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띠며 앞선 진지한 부분과 인상적인 대조를 이룹니다.    마지막 악장 Presto는 이 소나타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시작부터 베토벤 특유의 경쾌하고 유쾌한 선율이 등장합니다. 선율은 여러 번 회전하며 위로 치솟는데, 왼손이 먼저 시작하고 오른손이 대답하면서 일종의 푸가적 성격도 엿보입니다.    곡은 활기차고 장난스럽게 전개되며 처음 제시된 주제가 다양한 부주제들과 변주를 만들어내며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갑니다. 이후 짧지만 인상적인 코다가 등장하여 곡을 화려하게 마무리합니다.    Op.10 No.2 소나타는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의 유머 감각, 실험정신, 그리고 치밀한 구성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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